금융사 고연봉 이어 고배당도 손본다
입력 2013-07-23 17:57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고연봉에 이어 고배당에 대해서도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권 수익이 바닥을 찍고 있음에도 대주주 등의 배를 불리는 고배당 관행이 개선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최수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등과 회동을 갖는다고 23일 밝혔다. 최 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권 수익악화에 따른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임금과 인력 조정은 물론 고배당 관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이 고배당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올 상반기 은행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체질 개선 필요성과 함께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한 위화감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감독당국은 하나금융 경영진을 불러 낮은 자기자본비율(BIS) 등을 지적하며 중간 배당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올 상반기 주당 200원의 중간 배당을 계획했던 하나금융은 결국 주당 150원 규모로 배당을 줄였다. 역시 올 3분기 고액의 중간배당을 계획했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역시 감독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그동안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주 요구 등을 이유로 고배당을 해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3939억원을 배당했고 KB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2318억원과 2015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은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특히 SC금융지주와 한국씨티금융지주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배당 성향이 30%를 넘어서면서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통상 10% 안팎을 기록한다.
반면 당국이 매년 배당 문제에 개입하면서 금융회사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당은 투자에 대한 대가이고, 배당은 다른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일률적으로 자제하도록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