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법 적용해 내린 판결 정정해달라”… 檢, 대법에 비상상고 신청
입력 2013-07-24 02:59
검찰이 잘못된 법 적용으로 확정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대법원에 올해 첫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국민일보가 지난 5월 29일 ‘법조항 없어진 줄 모르는 판사들’ 보도로 관련 문제를 지적한 지 한달반 만에 이뤄진 조치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검사장 이건리)는 이미 삭제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 영리약취·유인 조항(제5조의2 제4항)이 적용된 3건의 확정판결에 대해 지난 11일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신청자는 유일하게 비상상고 신청권을 가진 채동욱 검찰총장이다. 비상상고는 재판과정에서 법이 잘못 해석·적용돼 확정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한 비상구제 절차다. 구체적인 사실 인정의 착오를 바로잡기 위한 재심과는 구별된다.
추행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유인한 자를 가중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당 조항은 지난 4월 5일 관련법을 정비하면서 삭제됐다. 그러나 일선 검찰과 법원은 삭제 이후에도 조항을 적용해 재판을 진행하고 선고를 내렸다. 사라진 조항이 적용된 판결은 총 6건이었다. 이 중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2건과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1건은 피고인·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검찰의 비상상고 신청은 판결이 확정된 이 3건이 대상이다. 비상상고 신청서에는 ‘형법에서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법령이 바뀐 경우 재판 당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법령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삭제된 특가법 조항보다 형량이 낮은 형법 288조(간음 목적 유인)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상상고 신청을 받은 대법원은 별도의 재판을 진행한 뒤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비상상고를 기각하고, 이유가 인정되면 원판결을 파기하는 판결을 내린다. 원판결이 파기되면 잘못된 법 적용을 받은 피고인들은 원심으로 돌아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대검찰청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도 특가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공소장 변경 등을 검토할 것을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또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사건을 파기환송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법원도 최근 일선 판사들이 법 조항의 변경·삭제 여부를 모른 채 선고를 내리지 않도록 인트라넷의 법령 변경 공지를 강화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