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는 학교폭력 대책] 서울 공진中, 학교폭력 우려 장소를 놀이 공간으로
입력 2013-07-23 17:48 수정 2013-07-23 22:41
교육부는 그동안 학교폭력 예방에 앞장서왔던 학교들의 운영 사례를 모든 학교에 확대·적용하거나 시범학교를 선정하는 등 우수 사례들을 학교폭력 대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키로 했다. 우수 사례로는 ‘범죄예방환경설계’를 학교 사각지대에 도입한 서울 공진중, 아침 조회 시간에 자기소개·선행사례 등을 발표하며 학생들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강원 모산초, 학생들 스스로 ‘안전지킴이’를 구성해 교내 순찰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인천 명현중, 자신의 언어습관을 돌아보는 ‘나쁜말 버리기’와 타인의 언어 습관을 관찰하는 ‘칭찬 릴레이’를 실시하고 있는 부산여중 등이 꼽혔다.
◇학교 사각지대를 스포츠·놀이 공간으로…서울 공진중=23일 오후 12시30분 서울 가양동 공진중학교 본관 ‘드림 그라운드(꿈의 구장)’. 빨간색 글러브를 낀 2학년 최태은(14)군이 영화 ‘록키’의 한 장면처럼 샌드백을 툭툭 치며 제법 권투선수 흉내를 내자 지나가던 여학생들 사이에선 “오∼”하는 환호성이 나왔다. 쉬는시간이나 방과후에 이곳 드림 그라운드 샌드백에 자주 들른다는 최군은 “샌드백을 치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가끔 친구들이 시비를 걸어오거나 선생님께 혼났을 때 이곳에 와 권투연습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구경을 하던 3학년 나창주(15)양은 “원래 이 드림 그라운드가 있던 곳은 어두침침한 복도 끝이어서 금품갈취 등 학교폭력이 일어나던 곳”이라며 “CCTV가 설치되고 벽도 예쁘게 달라지니 학생들이 자주 찾는 장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공진중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제안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프로젝트’에 따라 드림 그라운드 외에 학교 사각지대 8곳에 인공암벽과 학생자율공연장인 ‘드림 스테이지’ 등을 설치했다. 우종선 공진중 교장은 “학교에 CPTED 기법을 적용한 결과 학교 내 무질서 인식과 범죄 두려움이 각각 7.4%, 3.7% 떨어진 반면 학교 시설물에 대한 호감도는 27.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스템과 환경의 변화가 학교폭력을 해소하는 등 학생들의 실제 삶을 바꿔놓고 있는 만큼 학교 안전 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CPTED 시범학교 100개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지킴이’ ‘나쁜말 버리기’ ‘드림 클래스’도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교육부는 학교별 자율적인 예방활동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기존의 또래조정이나 또래상담, 자치법정 외에도 인천 명현중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생지킴이’ 등의 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학교폭력 유형 중 ‘언어폭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 착안, 부산여중의 ‘나쁜말 버리기’ 등 학교 차원의 다양한 맞춤형 언어문화 개선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