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사소한 일에서 찾는 의미
입력 2013-07-23 17:48
직장인을 서럽게 하는 1순위가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 할 때’라는 기사를 보고 문득 건설현장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여자 조카를 코칭했던 일이 생각났다. 조카는 선배가 비서처럼 데리고 다니면서 온갖 잡일을 시켜 업무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선배에게 공손한 자세로 고충을 털어놓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얼마 후 ‘선배와 이야기하면서 현장 순회를 같이 한 이유도 알게 되었고, 잡일도 줄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1987년 대졸 공채로 입사해 기획실로 출근한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서무를 담당하는 언니가 동전꾸러미와 큰 쟁반을 주면서 매일 자판기 커피를 뽑아 직원들에게 배달하라는 것이었다. 매일 커피를 나르는 일은 할 수 없다며 또박또박 내 입장을 주장했다.
그 이후에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생기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동안 당돌한 신입사원으로 회자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운털이 박히지는 않았다. 눈치껏 부서의 잡다한 일을 기꺼이 했기 때문이다.
복사 심부름은 언제든 즐겁게 받아들였다. 복사를 하면서 보고서 내용과 작성 방법을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꺼리는 일본 신문 스크랩도 열심히 했다. 주요 기사를 자르고 분류하고 스크랩북에 붙이면서 상당한 정보를 축적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일본 시장 자료가 필요하면 나를 찾게 되었고, 어느새 일본 전문가로 통하게 되었다.
세 명의 석공이 성당을 짓는 곳에서 대리석을 깎고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첫 번째 사람은 불평불만 가득 찬 얼굴로 “죽지 못해 이놈의 일을 하오”라고 했고, 두 번째 사람은 담담한 어조로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오”라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은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대리석을 조각하오”라고 했다.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즐겁게 일한 석공의 삶은 남달랐을 것이다.
회사에서 우아한 일만 할 수는 없다. 흔히 말하는 잡다한 일, 사소한 일도 조직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시켜서 마지못해 하면 짜증이 폭발하지만, 작은 일에서도 의미를 찾아보면 분명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나에게 주어지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달리해 보면 어떨까. 내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때 일하는 즐거움도 따라오게 된다.
김상임(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