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사회적경제 위한 중간지원조직
입력 2013-07-23 18:16
EMES라는 조직이 있다. ‘사회적기업의 등장’이란 뜻의 프랑스어 약자인 이것은 1996년 유럽연합(EU)이 지원한 연구프로젝트 이름이었다. 이후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최대의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들의 논의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사회적기업이란 ‘하이브리드 조직’이라는 것이다. 사업에서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결합하며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용자, 내부직원,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동원되는 자원도 영업수입만이 아니라 정부보조금, 개인 및 기업 등의 기부금 등 다양하다.
여기서 사회적기업의 ‘하이브리드’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목적과 기업으로서의 지속성이라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란 슈퍼맨의 세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는 곳에서는 어디든 정부 및 시민사회의 각종 우호적인 자원을 사회적기업에 연계시키는 강건한 중간지원조직이 존재한다.
가령 영국의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발간한 OPM(사회적기업 컨설팅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단위로 약 300개, 광역·기초지자체, 마을 단위로 수천개의 중간지원조직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도 154개 단체가 중간지원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관동경제산업국 조사).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보고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나 몇몇 정보를 종합하면 대강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첫째, 일부 민간재단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이 정부의 지원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사업,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사업의 중간지원조직이 현재 14개 권역별로 통합 운영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관련 중간지원센터도 전국 7개 권역별로 설립되었다. 지자체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시의 경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투자기금이 별도로 운영되며 노원, 양천, 성동구 등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있다.
둘째, 운영자금의 정부 의존성이 심각하다. 사회적기업경기재단(경기도통합지원조직)의 경우 올 총예산은 약 30억원, 이 중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위탁사업수익은 64.0%에 달한다. 경기도는 기업체들의 각종 위탁사업들이 있어 사정이 아주 좋은 편이다. 어떤 광역단위 통합지원조직의 경우 올 예산은 약 5억원, 이 중 중앙 및 지자체 위탁사업 및 보조금수입이 95.4%에 달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지역 중간지원조직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셋째, 직원들 월평균 임금은 170만∼180만원 수준으로 열악하다. 가령 ○○지역의 경우 센터장(1인), 본부장(1인), 지역별팀장(4인), 행정실장(1인)의 평균 임금은 월 15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사업의 단순 위탁기관으로서 10급 공무원의 세계라는 자괴감 넘치는 탄식도 들린다.
필자는 사회적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생활 관련 NPO 등 사회적경제의 주력세력이 서로 우호적인 시장·자본·정보·인원의 협력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그 위에 종교·봉사단체·학교·노조까지 포함한 협력의 동심원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평소 강조한다. 그리고 그 협력의 중심에는 당연히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론은 그러하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여전히 열악하며 여전히 정부자원 이외에는 동원할 것이 별로 없다. 사회적경제를 뒷받침하는 시민사회의 ‘총량’이 너무나 작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민사회의 ‘총량’을 키울 수 있을까. 시민사회를 하나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육성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가능한 사고일까. 그러한 것을 고민할 정도로 사회적경제는 한국사회에서 중요하며 그것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열악하다.
김종걸(한양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