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영훈] 국사와 수능
입력 2013-07-23 17:48 수정 2013-07-23 18:55
세계는 역사의식을 가진 소수의 지도자들에 의해 움직여 나가고 있다. 우리들은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쓰라린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만 한다. 광적인 전쟁신봉자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희생된 유대인의 수가 600만명에 이른다.
이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대인들이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부어 ‘홀로코스트’(대학살)를 연구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유대인들이 각계각층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학과 연구소에서 유대인들의 풍부한 기금을 바탕으로 홀로코스트 연구가 다방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홀로코스트 연구가들은 지난 2000년의 역사를 통해 유대인들이 서구 사회에서 경원시되고 박해를 받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신약성경에 묘사된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그 제자들의 선교활동마저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그려진 데 있었다는 것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유수한 신학자들에게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 신약성경에 나와 있는 부정적인 유대인들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바울서신에 그려진 유대교의 모습은 실제의 유대교와는 차이가 있으며 바울의 치우친 이해에 따른 유대교의 해석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역사의식은 지도자의 주요 덕목
역사란 한번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역사는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굴곡 많았던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를 더 깊이 연구하고 반성하고 미래를 향한 가장 의미 있는 지표로 삼아도 부족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년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조차 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결과 2013학년도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한 수험생이 전체 수험생 중에서 고작 7%도 안 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05학년도부터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이후 학생들의 국사 선택 비율이 2005학년도 27.7%에서 2013학년도에는 6.9%로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국내 대학 중에서 서울대만 유일하게 국사 과목을 필수로 요구하다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만 사회탐구 영역에서 국사를 선택한 결과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역사학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환원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그들은 본래의 취지에 역행해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그에 따라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사회과목 중 하나인 국사가 필수로 지정될 경우 선택과목은 한 과목만 남게 되니 다른 사회과목들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길
그러나 역사는 옛날이야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니, 일본의 근현대사 왜곡을 통해서 절감하듯이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나라와 민족의 이해관계와 발전적인 미래에 대한 선택과 결정의 문제가 첨예하게 달려 있는 사안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를 다른 과목과의 형평성,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 가중의 문제로 반대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우리 국민의 ‘공동체 기억’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국사는 반드시 수능 필수과목으로 원상회복돼야 한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분명한 역사의식이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야훼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야훼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신 5:15)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