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증발] 정국 주도권 잡은 새누리… 출구전략에선 당내 혼선
입력 2013-07-23 17:48
새누리당과 친박(親朴·친박근혜)계는 ‘사초(史草) 실종’ 확인을 계기로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 “민주당의 항복을 어떤 그림으로 받아내느냐가 남은 숙제”라며 자신감을 보일 정도다. 하지만 출구전략을 어떻게 짜느냐를 놓고선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출구 전략의 1차 쟁점은 국가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정상회담 대화록 녹음파일의 공개 여부다. 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단 사초 실종 사건을 먼저 해결하고, 두 번째 야당에 서해북방한계선(NLL) 수호 의지를 공동으로 밝히자는 제안을 해서 거부하면, 그때 가서 녹음 파일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으로선 ‘논란 종식’을 위해 녹음파일을 공개하겠다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조건부 공개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러자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버럭’ 언성을 높이며 “서 위원장님 말씀과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서 느낀 것”이라며 “출구전략,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받아쳤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엔 검찰 수사를 둘러싼 ‘2차 논쟁’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김 원내대변인이 출구전략을 언급한 당직자와 맞붙었다. 한 고위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당직자가 ‘당이 앞장서서 야당과 맞서는 것은 옳지 않고, 사초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검찰 수사로 넘길 부분은 넘기고 당의 부담을 덜자’고 하자 김 원내대변인이 다시 한 번 역정을 냈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 고발’을 우선시하면서도 민주당이 거부할 경우를 상정해 “그럼 (여당은) 다음 단계로 갈 것”이라며 단독 고발 의사를 내비쳤다. 강경파는 독자적인 검찰 고발과 함께 녹음파일을 공개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자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는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22일 티타임을 갖고 출구전략을 논의했다. 검찰 고발 건의 경우 민주당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인사뿐 아니라 당내 친이(親李·친이명박)계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반대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록 및 녹음파일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엇갈린 출구전략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최종 결론에 대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