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는 학교폭력 대책] 현장 줌심 대책도 ‘미흡’… 근본적 해법 제시 못해

입력 2013-07-23 17:48 수정 2013-07-23 22:42


정부가 23일 내놓은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은 지난해 2월 발표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학교 현장의 자율적인 예방활동을 강화한 대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해 근절대책이 현장에 착근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 없이 대부분 수용해 ‘재탕·삼탕’ 대책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 3∼4명 중 1명은 학교폭력 봐도 ‘모른척’=교육부의 201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지난해 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학생 5명 중 1명은 학교폭력을 당해도 ‘소용없다’, ‘일이 커질까봐 두렵다’ 등의 이유로 신고하지 않았다. 정부가 117신고센터를 확충하고 교사들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등 학교폭력을 신고하도록 환경을 개선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또래 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학생 3∼4명 중 1명(28.9%)은 학교폭력을 봐도 방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수치를 무시하고 지난해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비교해 피해 경험률이 8.5%에서 2.2%로 낮아진 것 등을 내세워 지난해 근절대책이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대책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배경이다. 그러나 지난 6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듯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문제가 있다. 일선 학교들이 학생들의 조사 참여율을 높이려고 반강제적으로 학생들을 동원한 점이 드러났었다. 이번 대책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세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원 역할 미미=그동안 현장에서는 학교장 등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은폐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학교장들이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덮기 위해 피해 학생의 꼬투리를 잡아 가해자로 모는 경향이 있었다. 피해 학생 측을 입막음해 화해를 종용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덮으려는 학교 측과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교원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은폐 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지난해 근절대책을 거의 답습하는 수준이다. 당시에도 은폐하다가 적발된 교원은 ‘성폭력 등 4대 비위’에 준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에서 문제제기한 몇몇 학교장들의 경우만 처벌을 받았고,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자체적으로 은폐를 적발해 처벌한 경우는 없었다. 이번 대책에도 은폐·축소·부적절한 화해 종용 등이 적발되면 엄중 처벌하고 특별 연수를 시킨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은폐·축소를 밝혀낼 제도적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학교폭력 특별점검단’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설치·운영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그러면서 사실상 폐기된 대책인 ‘복수담임제’를 끼워 넣고, 담임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량을 줄여주는 등 지난해 내놓았던 대책을 다시 나열했다.

◇학생부 기재 논란=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보존하는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즉시 삭제도 가능하도록 완화됐다. 교육부는 이 조치로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전교조와의 갈등이 일단락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학생부 기재를 찬성해온 쪽도, 반대해온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히려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폭위가 삭제할 때 모호한 기준이 가장 큰 문제다. 반성의 정도를 판단한다는 것인데 현재도 학폭위 결정이 신뢰를 받지 못해 학교 현장의 분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학생부 기재를 찬성해 온 교총 등은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지므로 학생부 기재를 일선 학교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정량적, 정성적 기준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교조 등은 졸업 후 가해 기록을 삭제하는 것은 이미 상급학교 진학 처리가 마무리된 뒤이기 때문에 개선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