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와의 만남, 1세기 속으로…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

입력 2013-07-23 17:14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톰 라이트 지음·윤종석 옮김/두란노

“예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예리한 답을 담은 톰 라이트(N. T. Wright)의 책이 나왔다. 그는 예수가 유대인의 희망을 업고 태어나 하나님 나라 운동을 벌였고 십자가 죽음으로 운동을 완성했다고 봤다. 저자는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에 오염된 신학계에 홀연히 등장한 변증가와 결국 자유주의자의 관점을 대변하는 ‘트로이 목마’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예수의 시대 속으로=저자는 우리가 회의론과 보수주의 양단에 갇혀 있다고 진단한다.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회의론자는 주류 교회의 쇠퇴를 고소해하지만 정작 예수에게는 관심이 없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간절한 신앙을 고백하지만 예수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저자는 예수가 살았던 1세기로 우리를 데려간다.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와의 대면이다.

중세까지 예루살렘은 세계 지도의 중심이었다. 로마 제국에서 예루살렘은 곡물 수송을 위한 중간 기착지였다. 로마 총독은 예루살렘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세금을 거두고 소요를 진압해야 했다. 수탈당하던 유대인들은 로마제국과 정면 대결해 자신들을 구출할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출애굽의 희망을 고대했다. 이즈음 예수가 태어났다.

예수는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주고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하는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이 왔다”고 선언했다. 일명 나사렛 선언이다. 모든 빚이 탕감되고 노예들이 해방되던 희년(레 25장)에 대한 유대인의 희망과 닿아 있다. 하지만 예수는 유대인의 고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다. 하나님은 유대인의 민족적 야망을 채워주기 위해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의 왕=저자는 예수가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고 있었다고 해석했다. 예수는 여조카를 아내로 삼은 왕 헤롯 안디바를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유대인들이 선지자보다 더 나은 이, 하나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예수는 자신의 통치를 확립했고 최측근 제자 12명을 택했다. 자신의 죽음을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는 궁극적 수단으로 보고 몸을 바쳤다. 이 모든 과정이 혁명이고 운동이다.

예수가 왕이 되면 어떤 변화가 오는가? 아픈 사람이 치유되고 잔치가 벌어지고 서로 용서하고 마음이 변화가 일어난다. 당시 예수의 행동과 말은 미래에 대한 맛보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실체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수가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며 자신을 죽인 이들을 용서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라는 것이다.

예수는 당시 사람들에게 천국에 가는 법을 가르쳐 주러 온 게 아니었다. 하나님은 지금 이 땅에서 왕이 되시는 중이고 그 일을 위해 모두 기도하고 그분이 일을 다 이루시면 현실이 된다고 설파했다. 이 때문에 복음서는 어떻게 예수가 하나님으로 밝혀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나님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왕이 되셨는가라고 저자는 본다.

◇톰 라이트 현상=톰 라이트는 곧 하나님 나라의 구원은 개인 구원에서 나아가 만유 회복으로 확대되는 위대한 프로젝트라는 답을 제시한다. 또 성경의 거대한 서사를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을 보여주고 있다. 초강력 변증가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신학교나 교회에서 톰 라이트가 본격 소개되지 않지만 마니아 그룹이 그의 저작을 탐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톰 라이트 현상이라고 부른다.

1948년 성공회 가정에 태어난 톰 라이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고전과 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석좌교수다. 성서학과 초기 기독교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신학자로서 기독교의 기원을 다룬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 등 대작을 남겼다. ‘톰 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 등 대중적인 책도 많이 쓰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