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가장 보편적 소재… 그래서 오히려 한국적인 영화”
입력 2013-07-23 17:05
2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설국열차’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사진) 감독은 “7년 전에 구상한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그동안 가슴을 꽉 누르고 있던 암 덩어리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등의 수식어를 걷어내고, 영화 자체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 손을 떠났기 때문에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한국적 소재와 시대상을 담아낸 전작들과 많이 다르다.
“소재와 시간적 배경이 낯설고 해외 배우 캐스팅과 촬영으로 이국적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 힘 있는 자와 약자 등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드라마를 담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400억원을 들인 글로벌 대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제작비는 항상 부족하다. 미국에서는 몇 천억씩 들이는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중저가 작품이다. 열차 판 ‘노아의 방주’ 같은 느낌으로 촬영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인만 있다고 하면 어색할 테니 인종을 다양하게 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세심한 연출인데?
“나는 그렇게 디테일한 사람이 아니다. 스태프가 다 해준다. 이번에는 열차가 17년 동안 계속 달렸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의 피부와 의상을 그런 조건에 맞게 구성했다. 관객들이 쉽게 눈치를 재치는 못하겠지만 악당이 입은 양복에 실밥이 터져 있는 것 등 디테일한 장면이 많다.”
-할리우드 배우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나.
“다 프로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한국에서 촬영할 때와 비슷했다. 노아의 방주에 외국인만 타면 좀 그러니까 한국인으로 송강호와 고아성도 태웠다. 다국적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