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2) 아프리카 부룬디 아이들의 비극

입력 2013-07-23 16:58


학교 포기하고 물·음식 구하러 다니는 13살 소녀

한 끼도 제대로 못먹고 온종일 일하는 14살 소년


소리 내어 울 힘도 없는 아기 크리스토퍼

“나를…엄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나는 자격이 없어요.”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위치해 ‘아프리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부룬디. 오랜 내전의 후유증으로 인구의 80%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는 극빈국이다. 영아와 모성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서울 정릉 벧엘교회 박태남 담임목사가 그 현장을 알리기 위해 아픔의 땅 부룬디를 찾았다.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는 기타바 지역. 마른 가죽만 남은 한 아기를 힘없이 바라보며 풀밭에 쓰러질 듯 앉아있는 한 여성을 만났다. 아이의 어머니 비올레타 드레마나(35)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팔 다리가 바짝 마르고, 손발을 떨었다.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치료비가 없어 병원을 등지고 나와야 했다고 한다. 소리 내어 울 힘도 없어 목소리도 제대로 못내는 두 살을 갓 넘긴 아들 크리스토퍼는 5.2㎏이다. 정상 체중에 2㎏이 못 미친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엄마는 젖이 나오지 않았고 크리스토퍼는 한 번도 엄마 젖을 먹어본 적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도 하기 어렵고 이웃에게 얻어먹거나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이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떠난 지 오래고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했다.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가 아프면서 아이들은 더 굶주리고 있었다.

영양실조인 크리스토퍼에게 긴급 영양식을 물에 개어 입에 넣어주자 아이가 허겁지겁 입에 넣기 바쁘다. 아이는 태어나 배부르게 우유 한번 먹어본 적이 없다. 결국 열 세 살 난 큰 딸 포데뜨가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여기저기 사정하러 다니며 식량과 물을 구해온다.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엄마가 빨리 나아서 학교에 다시 가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물과 식량을 걱정하지 않고 잘 얻었으면 좋겠어요.” 포데뜨는 크리스토퍼를 어르며 말했다.

포데뜨는 동생을 챙기고 엄마를 챙긴 뒤에 겨우 한 술 밥을 떴다. 밥은 으깬 콩 한 줌이다. 먹은 후에도 아쉬워서 한참 그릇을 놓지 못했다. 박태남 목사는 “자격이 없다며 흐느끼는 크리스토퍼와 포데뜨의 엄마, 비올레타의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파 말을 할 수가 없다. 그 말을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비통하겠느냐”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를 아는지 옆에서 힘없이 기대있던 크리스토퍼가 마른 울음을 터트렸다.

숯 만들어 가족 부양하는 에릭

부룬디의 만성적인 가난은 아이들을 배움의 현장이 아닌 노동의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 킨잔자 지역에서 하루 종일 숲에서 일하는 열네 살 소년 에릭도 그런 아이들 중에 하나다. 자기 키보다 몇 배나 큰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든 뒤 내다파는 일을 한다. 하루 종일 허리를 펼 일이 없어 자세가 구부정하다.

나무와 씨름하는 아이가 안타까워 일을 거들어보기로 했다. 박태남 목사가 어깨에 에릭이 지던 나무를 한번 메 보더니 금세 ‘어이쿠’하며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소년은 장정도 메고 가기 어려운 나무를 들며 일을 이어갔다. 도끼질을 하는 에릭은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모두 맨손, 맨발 차림이었다. 음식을 구하기 위해 도둑질과 싸움을 하다 7년 형을 선고받은 아버지는 현재 감옥에 있고 어머니는 병약하며 집에 누워있다. 에릭은 “제가 하루 종일 일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하루에 한 끼 먹기도 어려워요.”라며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새참도, 휴식시간도 없다. 왜 먹지도 않고 일하냐는 물음에 에릭은 음식 살 돈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무를 다 베고 난 뒤에는 집에 돌아와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와 싸우며 숯을 만든다. 열대 날씨의 아프리카에서 이 일은 곤욕일 수밖에 없다. 부룬디 월드비전 기타바 지역개발사업장 팀장 부조야는 “에릭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깊이는 정말 무겁다. 부룬디에는 에릭 같은 아이들이 수 없이 많다. 부룬디의 아이들도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치 아니하면 죄니라.’ 박태남 목사는 야고보서 4장 17절에 나오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이 땅을 밟기 전에는 마음으로 안타깝다고 느끼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직접 이곳에 와서 참담한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이들을 돕는 일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죄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죽이느냐 살리느냐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브룬디에는 4000명의 아동들이 월드비전에 등록되어 있으며 약 1100여명의 아동들이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크리스토퍼와 에릭 같은 아이들이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지 않도록, 또 비올레타 같은 어머니들이 비통한 눈물을 삼키지 않도록 우리의 사랑의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아프리카의 심장, 부룬디. 그 심장에 피가 돌고 생기가 도는 미래를 위해.

김효정(월드비전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