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역사만화 10년 만에 완간 박시백 화백 ‘조선왕조실록’ 20권의 만화로 재창조

입력 2013-07-22 19:01


박시백(49) 화백이 22일 대하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을 완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소회를 묻는다면 시원하고 후련한 감정이 9, 섭섭함은 1”이라며 홀가분한 모습을 보였다. 2003년 7월 1권 ‘개국’으로 시작해 20권 ‘망국’까지, 역사학자들도 쉽지 않다는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하고 만화로 재창조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총 1893권인 조선왕조실록은 한글로 320쪽 분량의 책 413권에 달하는 국보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KBS 드라마 ‘왕과비’를 재미있게 본 게 출발점이 됐다. 조선의 5대 왕 문종 승하 직후부터 성종 시대를 다룬 드라마였는데 그 시대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역사 공부를 시작한 것. 당시 한겨레신문사에서 시사만화를 그리던 그는 2001년 회사를 그만두고 실록 CD를 구해 작업을 시작했다. 집 앞 독서실로 출근해 실록을 ‘공부’하며 노트에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펜과 붓을 들어 만화로 옮기는 생활이 무려 13년간 계속된 것이다.

고종 실록과 순종 실록은 일제 감독 하에 쓰여진 것이라 포함 여부를 고민했으나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조선 왕조가 망하는 날까지 그리게 됐다. 그는 “이 작업을 하면서 선조들이 남긴 대단하고 위대한 기록물이 말 그대로 ‘위대하구나’ 하는 점을 계속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우리가 아는 사실이 정사와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실록만 놓고 보면 집현전 주도로 한글이 창제됐다는 표현은 쓰기 어렵다”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만화로 ‘정사(正史)’를 쉽게 옮겨주자며 재미에 방점을 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실록 자체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고 한다. 그는 “뒤로 갈수록 재미없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정사, 조선왕조실록으로 이끄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완간은 특히 요즘 정치권의 ‘NLL 대화록 실종 사태’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화백은 “특정 당파 집권 시 당파적 시각에 따른 해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대로 기록했다”며 “그것을 왕이 볼 수 없도록 차단한 것, 춘추관에만 보관한 게 아니라 전국의 여러 사고에 보관해 지금까지 남아있도록 한 것 등 제작과 보관 전 과정에서 선조들의 지혜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과 기록보존에 대한 태도를 되새겨 볼 때가 아닌가”라며 “500년 동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선조들의 정신을 받아들여 이후로는 이런 일이 재발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책을 출판한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는 “이번 완간으로 조선왕조실록이 세계 곳곳에 알려질 수 있는 계기를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해외 유수 출판사들이 번역해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