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컨설팅 김미성 대표 “과학기술자들도 ‘발표 기술’이 중요”

입력 2013-07-22 19:00


“과학기술자가 연구만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기술을 만들었으면 설명을 잘 해서 팔아야죠.”

22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관 강의실. 김미성(45·여) 엔트리컨설팅 대표의 말에 앳된 얼굴의 20대 초·중반 남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고려대 공과대학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 김 대표의 ‘공학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공학 커뮤니케이션은 소통 전문 강사인 김 대표와 고려대가 손잡고 매년 여름학기와 가을학기에 개설하는 특별 수업이다. 김 대표는 법원과 검찰, 각종 공기업과 정부 부처 등에서 17년간 소통법을 강의해 온 전문가다. 장·차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강사로도 유명하다.

김 대표의 고려대 강의는 올해로 벌써 4년째다. 학점이 인정되는 정식 수업은 아니지만 공학도들 사이에서는 제법 입소문이 나 수강 경쟁이 치열하다. 학회 발표나 기업 면접을 앞둔 학생들이 주로 찾는다. 김 대표는 서울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등에서도 같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준비한 ‘3분 발표’를 위해 차례차례 카메라 앞에 섰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연구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은 탓인지 학생들은 발표가 익숙하지 않아 자주 말문이 막혔다. 김 대표는 발표자의 목소리 톤과 시선, 불필요한 손짓, 자주 사용하는 어법 등을 종이에 꼼꼼하게 적어 내려갔다.

김 대표는 “과거 과학기술자들은 정말로 연구·개발만 했다. 이들과 소비자 사이에는 ‘마케터’라는 중간 전달자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추세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프레젠테이션의 귀재’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의 사례가 보여주듯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개발자가 직접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도입부와 마무리를 꼽았다. “처음과 끝에 설득 포인트를 잘 잡으면 청중이 강연에 몰입할 수 있는 상당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또 “무엇보다 전달하려는 말들을 반으로 줄이고, 또 다시 반으로 줄여 가장 중요한, 딱 한 줄기만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중이 가장 궁금해할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전기전자공학과 김지훈(26)씨는 “인사법, 몸짓, 화술 등도 소통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연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곤혹스러웠는데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