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의원 선거 참패 민주당 “인물이 없다”
입력 2013-07-23 05:10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1998년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에는 22일 깊은 침묵만이 흘렀다. 비록 자민당이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자민, 민주 양당시대를 끝내고 자민당 1당시대 회귀라는 악몽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겨우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비개선(非改選) 의석 42석을 합치더라도 겨우 59석으로 자민당이 얻은 115석의 절반에 불과하다. 종전 86석과 비교해도 너무 작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에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기 전까지 3년3개월간 일본을 이끌던 집권당의 풍모는 이미 사라진 초라한 성적이다. 특히 5명을 선출하는 도쿄에서 공산당에도 밀리며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것은 굴욕에 가까웠다.
문제는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참패를 당한 민주당을 재건할 인물이 없이 보인다는 점이다. 선거의 귀재로 불렸으나 민주당을 떠나 생활당 대표로 있는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이와테현에서조차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정계를 은퇴했다.
선거를 실무적으로 이끈 호소노 고시 민주당 간사장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불신감을 씻어내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이라며 간사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민주당을 수습하기 위해 대표직에 오른 가이에다 반리 대표는 사퇴보다는 대표직 유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수습을 위해서는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에 비판적인 한 의원도 마이니치신문에 “다음 대표 적격자가 없다. 그만큼 당이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민주당은 당을 재건할 인물난에 분열 위험요소까지 갖고 있다. 중·참의원을 장악한 아베 총리가 본격적인 개헌몰이에 나설 경우 민주당 내 분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는 아베 총리의 개헌 노선에 찬성하는 계파가 있다.
개헌문제를 놓고 민주당이 분열돼 사실상 해체될 경우 일본 정치는 자민당 1당 독주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