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려줘요” 이륙 전 ‘돌발 요청’ 부쩍
입력 2013-07-22 18:40 수정 2013-07-22 22:06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도중에 싸워서 지금 만나러 가야 해요. 내리게 해주세요.”
비행기에 탑승한 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자발적 하기(下機)’ 사례가 늘고 있다. 탑승구가 닫힌 뒤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데 내려 달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명이라도 비행기에서 내리면 나머지 승객과 항공사에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신체 이상증세 등으로 불가피하게 내려야 하는 경우를 제외한 자발적 하기 건수가 52건에 이르렀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자발적 하기 건수(84건)의 62%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발적 하기 사유로는 건강 악화나 가족 변고도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를 드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4월 여수∼김포 구간을 이용한 40대 남성은 ‘술이 덜 깨 속이 불편해 못 타겠다’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다른 항공편에 일행이 있어 그 항공편으로 갈아타겠다’, ‘모임 장소가 변경됐다’, ‘탑승 전 놓고 온 소지품을 찾아야 한다’는 이유를 드는 승객도 있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개인적인 사유가 자발적 하기 건수의 37%를 차지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폐쇄공포증을 이유로 내리겠다는 손님도 있지만 실제 비행기 이용 기록이 많은 경우도 있었다”며 “개인적인 사유를 댈 수 없어 건강 악화나 가족을 사유로 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승객이 한 명이라도 자발적 하기를 하면 나머지 승객까지 수하물을 들고 내려 보안검색을 받아야 하는 탓에 여러 피해가 발생한다. 보안검색을 거칠 경우 국제선은 2시간, 국내선은 1시간 이상 이륙이 지연된다. 항공사도 수하물 재탑재와 지상 조업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