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종인 경제수석은… 朴대통령 취임 후 “내 역할 끝” 인터뷰 사양

입력 2013-07-23 05:05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줄곧 “내 역할은 끝났다”며 언론 인터뷰를 사양해 왔다.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등으로 박 대통령과 다툼과 화해를 반복했던 탓에 자칫 자신의 언행이 막 출범한 현 정부에 부담이 될까봐 조심했기 때문이다. ‘독일통’인 그는 국민일보의 연중기획 시리즈 ‘독일을 넘어 미래 한국으로’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자는 요청을 두 달 만에 수락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그는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소신은 그야말로 ‘초지일관(初志一貫)’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경제민주화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서울 부암동의 개인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가 민주화를 피할 수 없었듯이 경제민주화 역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로부터 우리 경제가 배워야 할 덕목과 독일의 정치·경제사 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칠순의 고령(高齡)을 무색하게 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부의 세무조사에 ‘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한 재벌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로비로 인해 누더기법을 만든 국회의 무능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경제학 대가(大家)의 풍모도 보였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경우 월가의 금융공학에 이미 권력을 빼앗겼다”며 금융 자본주의에 주도권을 빼앗긴 현실 민주주의의 쇠락을 설명했다. 또 실물 경제로 설명하지 못하는 전통 경제학의 맹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의 ‘근혜노믹스’를 설계한 입장에서 현 정부 경제팀의 실정을 질타할 때는 영락없는 원로 정치인이기도 했다.

유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