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임영록號 불안한 출발… 조직개편도 긍정半 걱정半
입력 2013-07-23 05:11
KB금융그룹이 22일 최고전략책임자(CSO)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계열사 사장 인사에 이어 조직 개편안까지 확정되면서 향후 3년간 이어질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의 운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금융권에서는 ‘임영록호’ 인사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향후 전략 및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성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고 있다.
먼저 계열사 인사에서 보여준 불완전한 리더십은 이날 이건호 국민은행장 취임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초 이 행장은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열려 했지만 노조원의 계란 ‘세례’ 속에 결국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사태는 불과 1주일 전 “내부인사를 중용하겠다”고 밝혔던 임 회장이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이 행장 선임을 강행했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자신의 출근을 저지하던 국민은행 노동조합에 내부인사를 행장에 앉히겠다는 각서까지 썼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역대 관료 출신 경영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 인사 외압”이라며 “‘모피아’인 임 회장도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 인사에서부터 잡음이 일면서 어려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KB금융이 지주 사장 및 CSO(부사장급) 직제를 폐지하고 감사업무 강화를 위해 감사담당 임원을 최고인사담당책임자에서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로 변경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KB금융은 계열사의 업무를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 금융그룹에 비해 배 가까이 많았던 부사장직을 절반인 3개로 줄인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과도하게 많은 부사장직이 일부 ‘보은인사용’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이다. 또 지주회사의 업무를 계열사 지원으로 한정한 것도 최근 금융지주의 지나친 계열사 경영간섭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는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외부인사인 데다 영업에 밝지 못한 임 회장이 한계를 인정하고 계열사 사장단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CSO와 시너지추진부를 해체한 것을 두고는 우려가 많다.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이유는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필요하다는 금융권의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금융그룹들이 지주 수익의 은행 쏠림 현상을 막고 타 계열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직책이 CSO이며, M&A를 제외한 계열사 간 상생을 도모하는 부서가 KB금융 내 시너지추진부였다. 계열사에 대한 업무 조정 및 지원만을 전담한다면 굳이 금융지주가 필요 없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10일이 지난 임 회장의 전략이 향후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아직은 약간 혼란스러워 보인다”면서 “리딩뱅크로서 KB금융이 하루빨리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박은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