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민해] 젊은이들이여, 산으로 가라

입력 2013-07-22 18:18


“인간의 도전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고 성취감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주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한다. 예전 학생들은 방학 날이면 들떠서 뭐하고 놀까, 어디로 놀러 갈까. 설레고 가슴 벅찬 꿈 같은 계획을 세우느라 눈빛을 반짝였건만 요즘 학생들은 스스로 세우는 방학 계획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방학이란 뭘까? 방학은 교과서를 통해 배운 지식을 실제 자연과 사회 속에서 확인하고 체험하며 깊이 사고하는 기간이다. 그냥 쉬는 기간이라기보다 온몸으로 많은 것을 부딪히고 느끼며 그 과정에서 고통도 감내하고 자기와의 싸움에 철저히 자신을 맡겨볼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방학기간 동안 꼭 산에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산이 주는 엄숙함과 푸근함, 정직함 속에서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에 몰입하는 경험을 권하고 싶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도 깨닫고, 또한 인간의 도전이 얼마나 위대한가도 깨닫는 기회를 주고 싶다. 신의 피조물로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조화 속에 빠져들게 하고 싶다. 육체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참고 이겨낸 후의 성취감이 얼마나 상쾌하고 통쾌한 것인지 맛보게 하고 싶다.

지리산 종주의 2박3일은 지루함의 연속이지만 그 봉우리 이름을 외워 가며 굳세게 내딛는 길 끝에 기어이 도착한 천왕봉 정상의 비석. 거기 새겨진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란 문구 앞에 서보라. 찬란히 떠오르는 일출이라도 맞닥뜨릴 수 있다면 한국인으로서의 뜨거운 정신이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느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지리산은 어머니 같은 푸근함을 가진 큰 산이지만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어느 곳으로 올라도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려야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 있는 산장은 5개지만 계획을 하기에 따라 두세 군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설악산은 종주보다 동서 횡단이 더욱 좋다. 물론 십이선녀탕부터 서북능선을 지나 공룡능선을 타고 넘는 종주가 있지만 그 코스는 전문 산꾼들의 몫으로 두고, 일반 산행자들에게는 설악산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횡단을 권한다. 대청봉 일출 역시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 더구나 대청봉 일출은 멀리 바다에서 솟는 일출이라 그 장엄함은 다른 산의 그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지리산과 설악산은 산장(대피소)이 있는 산이다. 그만큼 오르는 시간이 길어 산중 1박 이상을 해야 한다. 큰 산을 가기 전에는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젊음의 호기로 무작정 덤벼서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적어도 하루 7∼8시간 산행의 연습을 한두 번 하고 근육 뭉친 것이 풀린 다음에 도전해야 한다.

또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산행 경력이 많은 선배나 부모님과 함께라면 걱정을 덜겠지만 한편으로는 뜻 맞는 친구 서너 명이 등산 선험자들의 글을 통해 지도를 펼쳐놓고 연구하여 도전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종주나 횡단 코스는 길을 잃어 조난당할 위험이 그리 크지는 않다. 등산로가 잘 닦여 있고, 안내판도 비교적 친절하게 잘 되어 있다. 단지 코스를 선택하고 숙박을 결정하며 식량을 알맞게 준비하고 배낭 무게를 골고루 같게 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계획이 다 되었거든 주변 산에서 충분히 몸을 다듬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산과 도봉산을 잇는 7시간 정도의 종주를 한다면 몸이 알아서 산행에 알맞은 상태가 될 것이다.

최초의 영국 에베레스트 등반대장 존 헌트 경은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 책자의 제목을 ‘에베레스트 정복(conquest)’에서 ‘에베레스트 등정(ascent)’으로 바꾸며 “산에 오르는 우리가 산을 공격 또는 정복의 대상으로 삼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공격과 정복이 필요하다면 그건 우리 사람의 편견과 객기, 만용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산은 정복이 아니고 도전이며 등정이고 성취다. 정상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호연지기를 맛보면 이 세상에 두려울 것이 무엇이고 도전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젊은이들이여, 산으로 가라!

민해 (혜원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