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증발] 의혹 더 커진 ‘史草 게이트’… 끝모를 블랙홀 속으로

입력 2013-07-23 05:01


‘사초(史草)’는 없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됐던 국가기록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결국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2일 기다렸다는 듯 상대방을 ‘사초 실종’의 책임자로 몰아붙였다. 국회가 대화록 사태를 종결짓지 못하면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자초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릐대화록 진실, 결국 검찰 손에 맡겨지나=대화록 ‘실종’이 확인되자마자 여야는 책임공방을 시작했다. 책임자로 지목될 경우 ‘사초 파기세력’으로 몰리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화록 실종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검찰 수사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에서 수사 의뢰가 오면 현재로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안1부는 NLL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했고, 수사 검사는 국정원에서 보관 중인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도 들여다본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있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수사를 하더라도 최대한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섣부른 예단보다는 안보정책실, 대통령기록관실, 국정원 담당자 등 여러 관련자들을 조사한 뒤에야 정확한 경위 파악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특정인을 형사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어느 쪽으로 결론나든 정치적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인사들이 대거 검찰에 소환되는 사태도 벌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의원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가 대거 소환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참고인이라는 명목으로 줄줄이 불려나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9월 정기국회까지 내내 수세에 몰리면서 여당에 끌려다니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 내에서는 정치적 중립이 우려되는 검찰 대신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영표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 같은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검찰은 일정한 제척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릐국정원, 녹음 파일 공개로 다시 전면에?=국정원이 다시 대화록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커졌다. 새누리당 소속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은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한 이상 국정원이 보관 중인 남북정상회담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는 입장이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온갖 추측과 정쟁만 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 녹음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파일은 정상회담 당시 배석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음한 다음 국정원에 파일 녹취를 위해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공개 여부에 대한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대화록 발췌본과 전문을 전격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전력을 볼 때 돌발적으로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그동안 “2008년 1월 생산된 국정원 대화록이 진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국회가 대화록 정국을 종결짓겠다며 벌인 일이 국정원 대화록의 신빙성만 높여주는 꼴이 되고 있다. 특히 국가기록원 대화록을 공개해 NLL 정국에서 반전 계기를 만들려던 민주당이 훨씬 난처한 상황이 됐다.



임성수 지호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