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줄고 진보 늘고… 美 종교지형이 바뀐다
입력 2013-07-22 17:33 수정 2013-07-22 18:49
“이번 주에는 수요예배가 없습니다. 거리로 나가세요. 고개 숙인 사람들을 격려해주세요!”
“빈민가 선교를 위해 안 쓴 수건을 모읍니다. 다음 주일 예배에 수건을 가져와 주세요!”
미국 뉴욕 맨해튼 힐송교회가 홈페이지에서 교인들에게 광고한 내용이다. 보수적인 오순절 계통의 교회지만 교회를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권하고 있다. 반면 미국 기독교계의 가장 뜨거운 화제인 동성결혼 문제는 아예 언급을 안 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보수 신학대학인 풀러신학교에서는 지난해 한 학생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모임을 만들었다. ‘원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이 모임에는 30여명이 참여해 복음주의 교회 내 동성결혼 허용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마크 래버튼 총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동성연애, 혼전 성관계, 혼외 관계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학교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원 테이블은 우리 시대의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인 섹슈얼리티 이슈를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라고 옹호했다.
미국의 종교 지형이 바뀌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보수일색이던 미국 기독교인들도 달라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공공종교연구소가 19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적 보수층은 줄고 있고, 그 빈자리를 더 젊고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진 종교적 진보그룹이 차지하는 중이다.
보고서는 미국인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학적·사회적으로 보수적 의식을 가진 이들이 28%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19%)보다 많긴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 18∼33세 사이에서는 종교적 보수 그룹(17%)보다 진보 그룹(23%)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종교적 보수 그룹의 평균 연령은 53세였고 백인이 다수다. 종교적 진보 그룹은 평균 44세이고 히스패닉과 흑인이 다수다. 미국인 전체의 평균 연령은 47세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인구통계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의 변화와도 연결돼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종교적 진보 그룹의 79%는 “신앙인이란 옳은 일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답한 반면, 보수 그룹에서는 “신앙인은 옳은 믿음을 고수하는 사람”이라고 답한 이들이 51%로 가장 많았다. 또 “가난한 이들을 돌보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개인적인 자선활동을 의미한다”는 응답이 50%였지만,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 이들도 41%나 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보수적인 폭스뉴스는 “종교 좌파가 뜬다”며 요란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이 백인과 기독교인에게 의존하는 선거전략 때문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앞으로 종교적 이슈보다 경제 문제가 더 부각되면서 보수 세력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며 “진보적인 그룹 안에서도 비종교 세력과 종교적 그룹이 손잡기가 쉽지 않아 어느 한쪽이 다수를 차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가정을 강조하는 보수 기독교인의 이혼율이 비기독교인보다 오히려 높다는 통계처럼 종교적 보수 세력이 도덕적으로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 결과”라며 “큰 틀에서 한국사회도 이런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