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나라
입력 2013-07-22 17:41 수정 2013-07-22 18:49
요즘 국회가 정치적·사회적 현안들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채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잦다. 시끄러운 공방만 치열해 생산적이지도 않다. 해결능력이 없어 책임 회피성 시간 끌기처럼 비친다.
정부라고 딱히 잘 돌아간다고 할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지시’로 인해 국무회의나 각종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논의가 사라지고 그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숱한 시간과 돈, 노력 낭비를 피할 수 없게 돼 갈등 당사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 실망감만 커졌다.
국회·정부 효율적 기능 못해
경남지역에서 발생한 두 가지 갈등사안은 올해 상반기 정국을 흔들었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밀양 송전탑 건설이다. 두 사안은 이미 여러 조직과 세력들이 개입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들 문제를 되돌아보면 정치권의 무기력함과 정부의 문제해결 시스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통령 소속 3대 국정과제위원회 중 하나인 지역발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했다. 지방의료원 운영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공의료 서비스로 인한 ‘착한 적자(赤字)’를 거론,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갈등은 적자구조 해소가 핵심이다.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32일간 활동에서도 확인됐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폐업 강행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등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단칼에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홍 지사는 “지방의료원 폐업을 막으려면 정부가 지원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가 이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해 보겠다고 서슬 퍼렇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변변하게 조사도 제대로 못한 채 홍 지사를 ‘국회 증언·감정 거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한 것과 몇 가지 후속대책 마련 권고들을 결과물로 내놨다. ‘폐업 진상규명’과 ‘공공의료 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할 뿐이다. 이를 박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지방의료원들의 현실적인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그런데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총대를 메고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소모적 과정을 거치고서야 대통령의 한마디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런 문제 해결 방식이 합당하고도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해결하겠다고 중재에 나서 40일간 끙끙댔지만 무기력하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초 ‘국회가 권고안을 내고 한전과 주민 반대대책위 양측은 이를 따른다’는 결론을 내놓고도 권고안을 만들지 못했다. 이 문제도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국무회의 때 지적해 이튿날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움직였고 이후 국회가 나섰었다. 윤 장관은 이제 여름휴가를 밀양에서 보내겠다며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을 벼르고 있다.
국민 위한 건강한 국정 절실
국정이 마치 박 대통령 1인 체제에서 돌아가는 듯하다. 국회도 박 대통령 눈치를 보며 그 밑에서 해결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일부러 그렇게 하기로 한 건지, 그럴 수밖에 없는 건지도 분명하지 않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갈수록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체증이나 파행은 불가피해질 것이고, 국정운영 동력이 고갈을 맞을 게 뻔하다.
지금 무슨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이 작동하고, 균형과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국민을 위한 건강하고도 긴밀한 국정시스템 작동이 절실하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