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록 실종’ 사법기관에 넘기고 논란 끝내야
입력 2013-07-22 17:41
극도로 비생산적인 NLL 공방… 여야, 출구 모색할 때다
‘판도라의 상자’는 텅 비어 있다는 게 정치권의 결론이다. 여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관련 자료 제출 요구안을 전격 의결했다. 그리고 지난 15, 17일에 이어 19일부터 나흘간 민간 전문가까지 동원해 추가 검색을 실시했으나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 이를 토대로 국회 운영위원회가 22일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없다고 최종 판단을 내린 것이다.
허무한 끝맺음에도 여야 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화록 실종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탓이다. 노무현정부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고 폐기한 것인지, 이명박정부가 대화록을 파기한 것인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애당초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겨지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두며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이지원(e-知園)’ 사본이 보관된 국가기록원 내 특수서고의 봉인이 뜯기고 무단 접속한 흔적을 확인했다면서 이 전 대통령과 국가기록원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덮고 가자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목소리만 들린다. 따라서 진실 규명은 검찰이나 특별검사 손에 맡겨질 공산이 커졌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실종 원인 및 책임소재를 가리자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수사 주체를 놓고 딴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조만간 사법기관의 심판대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검찰이든 특검이든 조속히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를 맡은 사법기관은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데다 사상 초유의 사초(史草) 실종 사건이어서 의외로 시일이 오래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지난 정권의 NLL 발언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마냥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사가 본격화되면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부터 여야가 형평성 등을 문제 삼으며 티격태격할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발표문 가운데 보고 싶은 것만 쳐다보면서 상대방 흠집내기에 치중할 듯하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쪽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여야가 최근까지 보여 온 사생결단식 행태는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정치권이지만,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논쟁을 중지하는 게 옳다. 정치권의 NLL 다툼에 대한 일반 여론은 지긋지긋하다는 것이다. 여야는 지금부터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