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CC 총회가 신앙축제 되도록 최선 다하길
입력 2013-07-22 17:39
전 세계 교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가 22일로 ‘D-100일’을 맞았다. WCC는 140개국에 산재한 349개 교단과 교인 5억6000만명이 소속된 세계 최대 연합기구다. 10차 총회에서는 개신교회 정교회 가톨릭 세계복음주의연맹 등 지구촌 교계 대표들이 만나 세계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소명, 방향성을 논의한다. 세계 교회의 올림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신앙축제의 장이다.
WCC가 1948년 창설된 이래 61년 인도 뉴델리 3차 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총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WCC 총회가 국내에서 열리게 된 것은 한국 교회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세계 교회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아시아 교계가 웅비(雄飛)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 한국 교회가 있음을 대내외에 선포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WCC는 개신교회를 비롯해 정교회와 가톨릭까지 참여한 가운데 성경의 가르침인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을 지구촌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모든 교파를 통합해 단일 교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총회가 ‘교회 일치와 역할’ ‘정의·평화’ ‘세계 선교’ ‘교육·영성’ ‘여성’ ‘봉사’ 등 21개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계는 “WCC는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의 중보자 됨을 부인하고,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며, 동성애를 용인하고, 용공단체”라고 주장한다. 물론 WCC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장외에서 하기보다는 WCC 총회에 참관인으로 등록해 신학적인 이론과 논리, 증거를 가지고 반박하는 것이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용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 쓸데없는 이념 논쟁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WCC는 6·25전쟁 당시 유엔이 침략에 맞서 신속한 결정을 취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 일로 인해 중국 교회가 WCC를 탈퇴했다. 또 WCC는 북한에 성경을 보급했고, 남북 교회가 만나도록 주선했으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세계 교회와 교제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모두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일을 주도적으로 펼친 WCC를 용공단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모쪼록 한국 교회는 이번 총회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에 크게 기여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빈부격차, 지역·이념·세대 갈등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를 치유하고 모든 교역자와 평신도가 이번 총회의 주인공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