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렙틴’ 조절에 달렸다
입력 2013-07-22 17:28
국내 의료진이 뇌출혈을 악화시키는 고위험 물질을 발굴, 뇌혈관질환 관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서울대병원은 신경과 이승훈(사진) 교수가 김치경 전임의와 함께 그동안 식욕 억제 호르몬으로만 알려진 ‘렙틴’이 뇌혈관 내외의 염증 반응을 유발해 뇌출혈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 유력 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뇌혈류 및 대사 저널(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 최신호에 게재됐다.
뇌출혈은 뇌혈관질환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형태로 사망률이 높고 후유증도 심해 한국인 사망원인 1위에 올라있는 질환이다. 또 렙틴은 뇌가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하는 식욕억제호르몬이다. 이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음식물을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이 교수팀은 뇌출혈을 유발한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한 그룹엔 체중 1㎏당 8㎎의 렙틴을 투여하고 나머지 다른 그룹(대조군)엔 아무 것도 주지 않은 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각각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렙틴 투여 그룹 쥐들은 대조군에 비해 날이 갈수록 뇌출혈 주위 부종이 더 커졌으며, 염증 세포 밀도도 4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렙틴이 뇌출혈 증상을 더 부추겼다는 뜻이다.
이 교수팀은 나아가 유전적으로 렙틴이 부족한 상태로 타고난 쥐와 일반 쥐에게 각각 뇌출혈을 유발하면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도 비교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교수는 “렙틴 분비를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찾으면 고혈압 관리 외엔 아직 뚜렷한 예방법이 없는 뇌출혈 발생 위험을 막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