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요통과 하지방사통

입력 2013-07-22 17:27


김모(65·남)씨는 올해 초 갑자기 허리가 아파왔다. 처음에는 통증이 오른쪽 엉덩이 부위에만 국한됐지만 급기야 사타구니와 허벅지는 물론 종아리까지 감전된 듯이 찌릿찌릿 저려서 움직일 수가 없게 됐다.

결국 김씨는 119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방사선 영상의학검사 결과 제4∼5번 요추 관절 내 디스크(추간판)가 터진 채 삐져나와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연히 수술을 해야 할 줄 알고 망연자실했지만, 병원 측에선 뜻밖에도 전신마취도 하지 않고 간단한 시술을 한 후 곧바로 퇴원시켜줬다. 시술 후 당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까지 몹시 저리던 통증이 싹 해소됐기 때문이다.

요통을 느끼면 가장 먼저 ‘디스크’가 떠오르고, 실제 허리디스크란 진단을 받으면 으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인 줄 알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근거가 불확실한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요통 환자들도 많다.

그러나 척추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 중 실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비(非)수술요법도 다양해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학적 치료를 기피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디스크 병은 척추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고 뼈마디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돕는 디스크가 노화로 인해 물기를 잃고 탄력도 잃게 됐을 때 나타난다. 그래서 디스크의 바깥쪽 테두리 막이 손상되면 허리와 엉덩이 부위가 아프고 디스크가 척추 밖으로 삐져나와 하지신경을 압박하면 요통이 다리 쪽으로 뻗쳐 다리가 저리고 아픈 방사통을 느끼게 된다.

디스크 병은 초기엔 거의 예외 없이 약물 및 물리치료만으로, 조금 더 진행된 상태라도 비수술요법을 사용해 치료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예컨대 통증이 허리께만 나타날 때는 고주파를 이용한 디스크 내 열 치료술이 효과적이다. 디스크 내 열 치료술은 주사바늘 모양의 전극을 디스크에 삽입, 고주파 열을 가해 망가진 디스크를 수리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만을 선택적으로 골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부분 마취 후 디스크에 닿는 첨부에서만 열 에너지가 나오는 얇은 열선을 삽입하므로 주사바늘을 꽂은 정도의 상처만 남는 게 장점이다.

디스크가 척추관절 밖으로 탈출돼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하지 방사통이 심한 경우에도 수술을 하지 않고 신경성형술로 치료하는 길이 열려 있다. 바로 꼬리뼈를 통해 병소까지 가느다란 관을 밀어 넣어 신경과 유착된 디스크를 풀어주고 탈출 디스크의 자극으로 손상된 신경도 약물을 주입,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런 신경성형술은 허리디스크뿐만 아니라 척추관 협착증, 척추 수술 후 재발한 경우에도 많이 사용된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