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지도자들이 박 대통령에 전한 메시지는..

입력 2013-07-22 11:42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기독교 지도자들간 오찬에서는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한 한국 교회 대표들의 다양한 메시지와 덕담, 당부가 이어졌다. 28명의 참석자들 중 대부분이 발언 기회를 가졌으며,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는 단연 화제였다.

국내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진영의 대표적인 원로인 박상증(국민통합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목사는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던 제3차 WCC 총회 때 인도의 여성 수상인 인드라 간디 수상이 비기독교인임에도 찾아와서 축사를 했다”면서 부산 총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부산 총회 준비대회장인 박종화 목사는 “지난 3월 국가조찬기도회 때 박 대통령이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해 주셨다”면서 “부산총회 뿐만 아니라 내년에 예정된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 총회도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는 인도적 대북지원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제기했다.

이 목사는 특히 남북관계 악화로 현재 중단되다시피 한 평양조용기심장병원 공사와 관련, 재개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공사 중단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해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이밖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권태진 목사는 “바른 신앙을 갖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곧 국력”이라며 신앙운동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교계 원로로 참여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는 “사회 통합을 위해 교회가 먼저 본이 되어 나서야 하는데,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볼 때 교계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것이 많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오찬을 마칠 즈음에는 예정에 없던 순서도 마련됐다. 김명혁 목사의 제안으로 한국교회 최고령(102세) 목사인 방지일 목사가 박 대통령을 위해 축복 기도를 했다. 앞서 방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하나님과 국민들 앞에 겸손한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을 대표해 WEA 서울총회 준비위원장인 길자연 목사가 성경구절(미가서 6장8절)을 새겨 넣은 성경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데 이어 WCC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 대표대회장인 김삼환 목사는 꽃다발을 증정했다. 김 목사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처럼 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겪은 박 대통령도 국민과 역사 앞에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오찬은 중식으로 마련됐으며, 건배는 포도주스로 이뤄졌다. 오찬 뒤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원로를 위해 맨 앞줄에 마련된 빈 의자에 박 대통령이 한사코 앉기를 사양한 것. 결국 방 목사 등 원로 5명이 앉고 바로 뒤 둘째 줄 가운데에 박 대통령이 선 채로 사진촬영을 마쳤다. 한 참석자는 “오찬 내내 참석자들의 발언을 메모하면서 경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전심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하자”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