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 8년 만에 南서 맞대결 南北…북한이 웃었다
입력 2013-07-21 23:43 수정 2013-07-22 00:52
북한은 ‘창’이었다. 빠르고 정확했다. ‘방패’를 들고 나선 한국은 막고 또 막았지만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 북한과의 첫 경기에서 허은별(21·FC4·25)에게 잇따라 골을 허용해 1대 2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1무12패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9위인 북한 여자축구는 일본, 중국과 함께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대가 대표팀에서 물러나면서 최근 내리막길을 걸었다. 제 2의 전성기를 꿈꾸는 북한은 이번에 유소년 시절부터 키워 온 어린 선수들(평균 연령 21.5세)을 대거 출전시켰다. 8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여자 선수들은 경기 초반 부담감에 몸이 굳어 있었지만 10여 분이 지나자 움직임이 살아났다.
이날 전반전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고, 어느 쪽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26분에 나왔다. 전가을이 중원에서 지소연에게 감각적인 힐 패스를 날렸고, 지소연은 북한 문전으로 드리블했다. 김수연은 공이 북한 선수의 발에 맞고 굴절돼 흘러오자 지체 없이 슈팅을 날려 골문 오른쪽 구석을 뚫었다.
반격에 나선 북한은 전반 36분 만회골을 넣었다. 북한은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에 나섰다. 북한 김수경의 슈팅이 한국 골키퍼 김정미의 몸에 맞고 나오며 혼전 상황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북한 수비수 허은별이 터닝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허은별은 1분 후 추가골도 꽂아 넣었다. 기습적인 침투 패스에 이은 크로스를 그림 같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것.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응원단 30여 명은 북한의 연속 골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올렸다. 한국은 후반 들어 밀집수비에 들어간 북한을 거칠게 몰아붙였으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광민 북한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 “남측 여자축구가 많이 발전했다”며 “우리가 시작을 잘못 해 선제골을 먹고 당황했지만 선수들이 조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 승리를 거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다’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는 경기 도중 “정치적인 문구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찰의 제지를 받고 플래카드를 내렸다. 그러나 하프타임에 “조국통일”을 연호하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