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종교교과 ‘종교학’으로 개정 미션스쿨 신앙교육 사실상 불가능”
입력 2013-07-21 19:19 수정 2013-07-21 19:48
고등학교 종교 과목인 ‘생활과 종교’가 내년부터 ‘종교학’으로 명칭이 바뀜에 따라 미션스쿨의 신앙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교학’에서는 신앙보다 학문적 입장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학교 정상화추진위원회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19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종교학으로의 종교교과 개정,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신앙이 강조된 종교 교육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장신대 박상진(기독교교육학·사진) 교수는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으로 볼 때 종교학이란 이름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한 것은 신앙교육의 가능성을 거의 다 배제한 것”이라며 “이는 건학이념을 구현할 통로를 봉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재개정된 ‘종교학’ 교육과정은 총 7개 영역으로 구성됐고 ‘개별종교들의 이해’에서만 경전과 교리를 다루도록 했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지적(知的) 이해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종교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기독교 신앙교육을 건학이념으로 삼아온 기독교학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 교수는 “종교학 교육은 다종교사회에서 필요한 접근이긴 하지만 종교의 본질을 다루는 교육은 아니다”라며 “종교학으로서는 종교가 가진 내적 깨달음에 이를 수 없고 영성적 체험을 경험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유재봉(교육학과) 교수도 “종교 교육의 내용을 종교학이나 종교교리 중 어느 하나에 한정하여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립학교에서는 종교학을 가르치게 하고, 종교계 사립학교에서는 종교학에 일부 종교교리나 신앙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계는 기존의 ‘생활과 종교’를 그대로 유지해 ‘종교학’과 함께 교양과목 안에 포함시켜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국공립학교와 종교계 사립학교를 구분한 종교교육 실시, 신앙교과 신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종교학’과 ‘생활과 종교’는 내용상 차이가 없으며 명칭이 바뀐 것은 교양과목들이 학문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교육과정은 큰 줄기일 뿐 향후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내용을 구체화하면 되고 결국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