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질문을 멈추다…헬렌 토머스 기자 타계
입력 2013-07-22 04:59
50여년간 백악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무려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헬렌 토머스 기자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자택에서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미 중견언론 모임 ‘그리다이언 클럽(Gridiron Club)’은 이날 “토머스가 다음 달 4일 93번째 생일을 앞두고 노환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토머스는 그리다이언 클럽의 첫 번째 여성 회원으로 가입해 회장을 맡았었다. 백악관기자단의 첫 여성 간사를 맡았고, 과거에는 여성의 가입조차 금지됐던 내셔널프레스클럽의 첫 번째 간부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토머스는 여성 언론인의 벽을 허문 진정한 개척자”라면서 “아내 미셸과 나는 그의 별세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고 애도했다.
토머스 기자는 1943년 UPI 통신에 입사해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후 60년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를 시작으로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조시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미 대통령을 취재했다.
2000년까지 UPI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일하다 히스토리 채널과 휴스턴크로니클 등을 소유하고 있는 허스트 언론그룹 소속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항상 백악관 기자실 맨 앞자리에 앉아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과거 한 백악관 대변인은 그의 질문을 ‘고문(torture)’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토머스는 자서전 격인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란 책에서 기자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캐릭터에 대해 언급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때 ‘그 자리에 있고 싶어하는’ 못 말리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욕망이란 인생과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그것을 밝혀내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토머스에 대해 “두려움 없는 진실 구현, 치열한 정확성 추구, 정부에 대한 끊임없는 책임 부여 등 미국의 저널리즘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모든 것의 상징”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71년 라이벌 언론이었던 AP통신의 백악관 출입기자 더글러스 코넬과 결혼했으나 11년 뒤 남편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