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中장애인 공항서 사제폭탄 “꽝”
입력 2013-07-21 19:07
중국 수도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 공항. 지난 20일 오후 6시24분 주말을 맞아 국내외 여행객들로 붐비던 제3터미널 입국장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울렸다. 주위 사람들은 즉각 몸을 피했고, 두 번째 폭발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폭발 장소로 몰려들었다. 목격자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남성이 전단을 뿌리려다 공안의 제지를 받자 손에 든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이 남성이 산둥성 출신의 지중싱(冀中星·34)이라고 확인했다. 지씨는 폭발로 한쪽 팔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추가 사상자는 없었고, 모든 항공편은 정상 운항됐다.
신화통신은 지씨가 어떤 불만을 갖고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씨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006년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사연이 전해졌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지씨는 광둥성 둥관시에서 오토바이 택시 기사로 일하다가 현지 공안들에게 폭행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이후 8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억울함을 계속 호소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공항에서도 전단을 나눠주며 시위를 벌이려다 미리 준비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씨의 블로그 글은 사고 뒤 몇 시간 만에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지씨와 같은 민원인들은 그동안 상팡(上訪·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상경해 중앙에 호소하는 것)에 나섰다가 지방정부에 폭력을 당하거나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청관(城管)’으로 불리는 도시관리요원의 폭압적인 단속 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후난성에서는 등정자(56)라는 이름의 농부가 부인과 함께 노점 금지구역에서 수박을 팔려다 단속에 나선 도시관리요원과 몸싸움 끝에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동안 청관의 고압적인 단속으로 인해 지방에서는 대규모 항의시위가 계속돼 왔다. 후난성 경찰은 등씨 사건과 관련된 도시관리요원 6명을 구금하고 2명의 관리를 직위해제하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