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출것은 다 갖췄다 골만 빼고… 호주전서 보여준 홍명보의 ‘한국형 축구’
입력 2013-07-22 01:31
“빨라졌다. 든든하다. 재미있다.”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홍명보(44)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데뷔전에 환호성을 올렸다.
지난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개막전. 압도적인 볼 점유율, 공간 압박, 유기적인 패싱 플레이, 화끈한 슈팅까지. ‘홍명보호’는 보여 줄 것은 다 보여 줬다. 다만 골 결정력이 부족해 0대 0으로 비긴 건 아쉬웠다.
◇서막 알린 ‘한국형 축구’=한국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강한 압박으로 호주를 괴롭혔다. 호주는 번번이 역습을 차단당해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지 못했다. 태극전사들은 스페인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를 연상케 하듯 짧고 세밀한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처럼 간결하고 빠른 패스로 슈팅 찬스를 만들어 냈다.
빠른 공격도 돋보였다. 중앙 미드필더는 수비라인으로부터 공을 받아 원터치 패스로 좌우 측면 날개로 연결했다. 또 오버래핑에 나선 풀백은 한 박자 빠른 크로스를 올려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문제점으로 드러난 백패스와 무리한 드리블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포백 수비라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홍 감독은 김진수(알비렉스 니기타)-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홍정호(제주)-김창수(가시와 레이솔)를 내보냈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였던 홍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늘 불안했던 수비라인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호주의 공세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2인자들의 반격=호주전 출전 선수들 중에서 ‘최강희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이는 골키퍼 정성룡(수원), 김신욱(울산), 김영권밖에 없었다.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장한 김동섭(성남)과 김진수(21·알비렉스 니가타), 윤일록(22·FC서울)은 이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그러나 이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세 명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김진수였다. 김진수는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본업인 수비에 충실하며 공격에도 적극 가담했다. 특히 상대 진영 옆줄에서 선보인 긴 스로인은 ‘홍명보호’의 비밀 무기로 손색이 없었다. 왼쪽 날개 윤일록은 염기훈(경찰 축구단)과 교체될 때까지 60분 동안 유효슈팅을 네 개나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김동섭은 골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머리와 발을 가리지 않고 슈팅을 날려 전천후 공격수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동안 ‘2인자’로서 A대표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승기(전북), 염기훈(경찰청), 하대성(서울), 조영철(오미야 아르디자), 홍정호 등도 호주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해외파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편 한국은 24일 오후 8시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