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도 0%대 성장 전망 나와… ‘上低下高’ 가물가물
입력 2013-07-21 21:39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상저하고(上底下高)’ 시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3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0%대 저성장 고리를 끊고 연 2.7%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대내외 여건은 만만찮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여건은 악화일로다. 소비·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내수 부진도 심각하다. 정부가 낙관적 전망에 기대지 말고 정확한 현실 인식 아래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9분기 연속 0%대 성장 전망=우리 경제는 올 2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2011년 2분기(0.8%) 이후 9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하반기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더딜지 몰라도 정부가 생각하는 하반기 전망은 달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책효과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과거에도 정부는 상반기 경기침체가 이어질 때마다 상저하고를 내세웠지만 번번이 예상은 빗나갔다. 최근 5년간 분기별 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보면 상저하고가 성립한 것은 2009년 한 번뿐이었다. 당시 상반기 성장률은 1분기 0.1% 성장으로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고 2분기에는 2.5%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3분기에는 3.4%로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는가 싶더니 4분기 0.3%로 주저앉았지만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성장률이 높았다.
2011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자 정부는 상저하고를 내세우며 경기활성화에 나섰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1년 1분기 1.3%를 기록한 이후 지난 1분기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은 0%대에 머물며 맥을 못 추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상저하저(上底下低)’ 흐름이 고착화되는 추세인 것이다.
◇정부,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 되나=정부의 낙관적 인식과 달리 하반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부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후식 국회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21일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우리 수출 비중이 70%를 웃도는 신흥국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타격을 받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도 수출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내수 부진 등 대외 여건도 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현 경기흐름과 대외 여건을 볼 때 연 2.7% 성장률 달성이 무리한 목표라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상저하고 논리만 되풀이하니까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낙관적인 전망만 앞세울 게 아니라 경기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