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B, 국내 부동산 경기 낙관 헛발질 왜
입력 2013-07-21 18:39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부진했던 한국 부동산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이달 초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점진적인 가계소득 증가, 금리 하락에 따라 주택구입 여력이 개선됐다”며 “이전 부동산 경기 저점이던 2001년 하반기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좁혀진 점도 아파트 수급 여건이 개선될 조짐으로 분석됐다.
크레디트스위스뿐만이 아니다. 씨티은행은 지난 5월 “가격·거래 추이를 고려할 때 한국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4월 “한국의 부동산 시장 회복 속도가 시장 예상을 웃돌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해외 IB들의 낙관과 달리 지난달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 5월보다 0.08% 하락했다. ‘4·1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부동산 경기가 한 달여 만에 조정국면으로 다시 접어든 것이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와 정책 불확실성, 대외경기 둔화 우려 등이 여전히 주택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해외 IB들이 한국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는 이유는 뭘까. 21일 이광수 HMC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헛발질만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특수성은 ‘심리’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투기 수요가 많고 다주택자가 100만 가구를 넘어 주변 투자심리에 민감한 데도 이를 간과한 해외 IB들이 표면적인 통계만 확인해 실제와 정반대인 분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통계 분석 자체가 낡은 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수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 가계소득이 늘어 주택구입 여력이 개선됐다는 IB들의 진단은 가계소득이 늘되 실질소득은 제자리인 현실에서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좁혀진 것도 주택구매 자극으로 보기 어렵다. 조 연구원은 “과거처럼 집값의 오름세가 뚜렷할 때, 전세 자산구조가 대출이 아닌 자기 자금일 때, 전세가가 소득 수준보다 높지 않을 때에나 그런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