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실종] 친노측 “이지원 사본 무단접속” 새누리 “의도 불순한 추리소설”

입력 2013-07-22 00:41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반출했다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한 ‘이지원 시스템’이 보관된 특수서고 출입구 봉인이 뜯겨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서고 안에 보관된 시스템에 무단 접속(로그인)한 기록도 발견됐으며, 접속해 자료를 (전자) 복사한 흔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친노(親盧·친노무현)계 홍영표 의원은 2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장이 사실이면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접근했다는 것으로, 불법접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초 퇴임 당시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자료를 열람하기 위해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과 이지원으로 생산한 전자기록 사본을 만들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이후 불법유출 논란이 일자 그해 8월 시스템과 전자기록 사본 일체를 기록관으로 반납했다. 반납된 사본은 대통령 지정기록 특수서고에 보관돼 검찰과 기록관 측, 노 전 대통령 측 등 3자 입회 하에 입구를 밀폐·봉인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노 전 대통령 편지, 메모 등 봉하마을 사본에 함께 저장된 개인 기록에 대한 열람 차 기록관을 방문했을 당시 특수서고 입구 봉인지가 뜯겨 있었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또 서고 내부 이지원 시스템에 2010년 3월 및 2011년 8월 두 차례 무단 접속한 기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두 번의 접속기록 확인 뒤 추가 확인 작업을 중단했지만 추가 접속 가능성도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기록원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2010년 3월과 2011년 8월 사본에 접속한 것은 시스템 구동 여부 및 항온항습 문제를 체크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2010년 3월의 경우 기록원 측이 ‘보관연원’인가 하는 기록이 없어서 시스템을 구동해 자료를 복사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특수서고 자체가 기록원 측 단독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도 “항온항습과 시스템 구동 때문이라면 언제든 접속이 가능하다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말 그대로 의혹”이라며 “불순한 의도로 추리소설을 쓰는데 일일이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지원 사본은 검찰이 압수해 가져다놓은 것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열람하려는 (공식)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록원 측이 지난 3월 노무현재단 측에 특수서고를 공개하고 로그 기록을 함께 확인한 것도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록원 측 한 연구관도 “비밀서고는 열람이 불가능하고, 열람을 해도 우리가 자료를 가져와 보여주지 (같이) 열람실 현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노 전 대통령 측의 특수서고 출입 경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