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녹음파일 공개’로 압박-野 ‘보안감사 내역’ 요구

입력 2013-07-21 18:26 수정 2013-07-21 23:02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육성 녹음 파일의 공개 여부가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야가 22일 오전까지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한다면 여당은 녹음 파일 공개를 추진하며 야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야당은 국가기록원 측에 국정원의 보안감사 내역을 요구하는 등 대통령 기록물 훼손 가능성을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실종 사태가 지속된다면 남북 정상 간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녹음 파일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 논란을 검증할 사실상 유일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틈만 나면 녹음 파일 공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21일 ‘봉하 이지원 시스템 봉인 해제 및 무단 접속 의혹’을 주장한 것에 대한 여권 차원의 대응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녹음 파일을 순화해 대화록을 작성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되면 NLL 포기 발언이 좀더 명확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녹음 파일 공개를 강행할 경우 민주당이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태”라며 강력 반발할 것이 뻔해 NLL 정국은 한층 더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 봉인 해제 의혹을 계기로 이명박정부의 대화록 훼손 가능성을 쟁점화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지난 20일 국가기록원 측에 최근 5년간 국정원 등 외부 기관이 국가기록원에 대해 보안감사를 실시한 내역, 로그·열람 기록, 출입 기록 및 외부 파견기관 공무원 근무일지, CCTV 기록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을 포함한 모든 정부부처에 대한 보안감사 권한이 있다”며 “보안감사 등을 통한 대통령 기록물의 훼손 여부 등을 철저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안감사를 빌미로 정상회담 대화록 등 국가기록원 자료에 불법적으로 접근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에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원본이며 국가기록원 내 대화록 존재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며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문건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지 않았는지 하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화록 검색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국가기록원이 대화록 검색을 부실하게 했다는 불만도 크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세 차례에 걸쳐 국가기록원에서 예비열람 및 재검색을 했는데도 대화록이 없다면 대화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이다. 대화록 열람위원 새누리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국가기록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색기간 연장 여부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