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혼란에… 고액 컨설팅 기승
입력 2013-07-21 21:35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이종상(49)씨는 입시컨설팅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A/B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지난달 치른 6월 모의평가 성적이 나왔지만 B형 선택에 따른 등급하락, 가산점 비중 등을 고려하면 도저히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부모로서 답답하다. 전문가의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하지만 교사들을 포함해서 누구도 딱 부러지게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입시컨설팅 업체는) 한 시간 컨설팅에 40만∼50만원이라던데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입시에서 처음 도입되는 선택형 수능에 따른 불안감을 겨냥한 고액 입시컨설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조차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3 수험생·학부모들은 극심한 정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수능·내신 등 주요 성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보부족을 가중시킨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1일 학원가에 따르면 현재 강남에만 선택 수능과 관련해 수십개의 입시컨설팅업체가 성업 중이다. 이중 한 업체는 수시와 정시 상담료로 1인당 95만원을 받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컨설팅 비용은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회당 적게는 40만원, 많게는 100만원 정도다. 수시지원에 영향을 미치는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온 뒤 상담받으려는 학생·학부모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입시컨설팅에도 한계가 있다. 대학별로 공개되는 정보 양이 다르고 가뜩이나 복잡한 대입전형에 선택형 수능이 보태져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위권 이하의 경우 A/B형 선택과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B형 선택 가산점에 따라 실력과 무관하게 합격·불합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복불복 입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교육업체의 입시컨설팅에 대한 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다. 재수생 강신웅(20)군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상담을 받았지만 별 이득은 없었던 것 같다”며 “컨설팅은 단지 부모님에게 심리적인 영향만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입시 관계자들은 주요 대학들이 수시합격자의 수능·내신성적 정보 등을 공개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총 229개 대학 중 146개 대학은 각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합격자들의 수능과 내신 성적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나머지 80여개의 대학은 공개를 꺼리고 있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은 모두 합격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이사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이나 자녀의 점수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학과”라면서 “일부 대학들이 겉으로는 ‘줄세우기 방지’ 명분으로 합격자들의 성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이로 인해 입시전략의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