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보 가!”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캠프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은 18일 교관의 이 구령에 맞춰 일제히 바다로 들어갔다. 교관은 “앞으로 3보”를 거듭 외쳤고 명령대로 바다에서 전진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국민일보가 21일 입수한 생존학생 5명의 진술서에는 바닷물에서 허우적대던 학생들의 마지막 순간이 생생히 적혀 있었다. 일부 학생은 그림까지 그려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은 “아이들이 가라앉는 상황에도 교관은 호각만 불어댔다”고 증언했다.
학생들은 오후 1시부터 협동심을 기르는 ‘IBS(상륙용 고무보트) 해상훈련’에 참가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교사들과 사진을 찍고 백사장에서 닭싸움과 씨름도 했다. IBS 훈련이 끝나고 구명조끼를 벗은 채 대기하던 학생 80명에게 교관은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시켰다. 이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서 있던 교관이 “앞으로 3보 가”를 명령했다. A군의 진술서에는 “훈련이 끝나 물에서 놀게 해주는 줄 알고 웃으며 바다로 들어갔다”고 적혀 있었다.
교관이 있는 곳까지는 안전지대인 줄 알고 물장난을 하며 들어간 학생들은 갑자기 깊어진 수심에 당황했다. 갯벌 웅덩이 ‘갯골’에 빠진 것이다. B군은 “키가 큰 나도 머리만 나오는 상황이라 까치발을 들고 서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헤엄쳐 나왔다”고 했다.
순식간에 30여명이 물속에서 허우적댔다. C군은 “물에 빠진 아이들이 나가려고 서로 잡아끌고 몸을 눌렀다. 그럴수록 몸은 점점 가라앉았다”고 적었다. 교관들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이 나서서 서로 손을 잡고 ‘인간사슬’을 만들어 친구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바다에 있던 교관은 호각만 불어댔다”, “멀리 있는 아이들이 위험해 보여 교관이 구조장비를 던져주길 기다렸지만 오래 걸렸다”, “아이들이 허우적대는데 교관은 진지한 기색 없이 나오라고 소리만 쳤다”고 했다.
아비규환의 상황을 벗어난 학생들은 백사장에 줄을 서 점호를 시작했다. 총원에서 5명이 부족해 교관은 반별로 다시 인원점검을 했다. 여전히 5명이 부족하자 교관은 “숙소에 있나 가보라”며 한 학생을 보냈다. 그가 돌아와 “숙소에도 없다”고 알리자 그제야 해경에 신고한 것이다.
학생들은 친구들이 파도에 휩쓸리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숙사 생활로 각별했던 사이여서 일부 학생은 친구를 잃은 슬픔에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교육지원청은 심리전문가를 배치에 학생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태안=김유나 조성은 기자 spring@kmib.co.kr
[단독] “교관들 우왕좌왕 할 때 인간사슬 만들어 친구들 구했다”… 생존 학생 5명 진술서
입력 2013-07-22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