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캠프사고 유족 “교장·교사, 사고 보고받고도 술자리서 건배”

입력 2013-07-21 21:30 수정 2013-07-21 23:08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캠프 사고로 공주사대부고 이상규(61) 교장이 21일 직위해제됐다. ‘교장 파면’을 요구하며 장례를 거부하던 유족들은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사고 당시 교장과 교사들이 회식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모든 캠프를 중단시키겠다”고 유족들에게 약속했다.

빈소는 공주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는 학교에 차려졌다. 장례는 학교장이며 장례위원장은 공주대 서만철 총장이 맡았다. 24일 오전 10시 학교 강당에서 영결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빈소에는 교복 차림에 웃고 있는 사망 학생 5명의 영정이 놓였다.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친구들은 교복을 입고 자발적으로 안내를 맡았다. 빈소 곳곳에 서 있던 친구들은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됐고 굳게 입을 다문 채 친구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유족들은 당초 유사 캠프 전면 중단과 관련자 엄벌을 요구하며 장례를 무기한 연기했으나 이 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직위해제된 교장에 대한 해임·파면 등 징계 수위는 경찰 수사 결과 등을 지켜보고 확정할 방침이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인솔 교사들이 현장에 있지 않고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고(故) 이병학(17)군의 고모부는 “나는 술을 못 마셔 냄새에 민감한데 교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술냄새가 확 났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18일 오후 6시15분쯤 식당에 도착한 교사들은 학부모가 준 소곡주를 잔에 따르고 식사를 시작하려다 6시25분쯤 유스호스텔 관계자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교사 2명만 현장으로 간 채 교장의 건배 제의 등 회식이 계속됐고,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왔을 때에야 교사들이 일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술 마실 시간이 없었다. 술잔은 입에만 댔다”거나 “건배 제의만 하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사고 직후 달려온 유족들은 교장에게 “교사들의 음주측정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교장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경찰은 회식 장소였던 식당에서 CCTV 자료를 수거해 진상 확인에 나섰다. 태안해양경찰서는 이 학교 2학년 부장교사 김모(49)씨를 학생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불구속 입건했다. 학교 측은 해병캠프를 진행한 유스호스텔 업체를 고발했다.

사망자 보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캠프 운영 업체가 가입한 보험은 유스호스텔 내 사고와 수상레저사업장 사고에 국한돼 있다. 수상레저사업장 사고 보험은 1인당 최고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지만 보트 등 레저 기구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사고 당시 보트를 타지 않고 물놀이 중이었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아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유나 조성은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