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의 여행]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입력 2013-07-21 18:55
1919년 3월 중국 상해(상하이)의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제로 함”이라고 선언했다. 1948년 제헌헌법,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의 기초가 되는 핵심 선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돌베개)의 저자인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이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용어”였다고 주장한다. 신해혁명 전후의 중국이나 유럽과 구미 각국의 헌법에서도 나오지 않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대한제국기에 유학생들이나 국내 지식인들 사이에 ‘민주공화제’나 ‘민주공화국’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었음에 주목한다.
구한말 대한협회, 도일유학생, 그리고 미주동포들이 프랑스 사상가인 몽테스키외가 제시한 ‘민주공화제’ 유형, 미국의 민주공화제 모델을 염두에 두면서 새로 세워질 나라는 민주공화제 국가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시헌장을 기초한 국무원 비서장 조소앙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1948년 제헌헌법 제1조는 1919년 임시헌장 제1조를 잇고 있다. 그러나 제헌헌법을 기초했던 유진오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선언엔 또 다른 취지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국체(國體)로서의 공화국, 정체(政體)로서의 민주국이라는 개념을 합해 ‘민주공화국’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공화국’이 아니라 굳이 ‘민주공화국’이라 한 것은 권력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공화국임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해방 직후 상황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던 ‘인민공화국’의 경우 권력분립이 아닌 권력집중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구분하기 위해 ‘민주공화국’이라고 표현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으로 출발한 대한민국 65년의 역사는 결코 온전한 민주공화정의 역사가 아니었다. 민주공화정과는 배치되는 독재정치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엄밀히 말해 제대로 된 민주공화정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비로소 시작됐다”는 저자의 말을 빌리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 실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미완의 국가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