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차 개성공단 회담이 성과 거두려면
입력 2013-07-21 17:55
北 결자해지에 적극 나서고, 南 인내심 갖고 설득해야
남북이 22일 개성공단에서 다시 만난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실무회담이 벌써 5번째다. 쟁점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의 재발 방치 대책과 개성공단의 발전적인 정상화 방안이다. 남측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북측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북측은 남측이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고 대치 중인 상황이다. 남북이 상대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5차 실무회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의견차가 크다는 점을 들어 5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결렬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북측은 개성공단 회담이 왜 열리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개성공단은 군사·외교적인 대치와 무관하게 유지해야 할 사안임에도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핑계로 느닷없이 가동을 중단시켰다. 그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남북관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바란다면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과오부터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옳다. 가동중단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은 물론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제시해야 하며,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과 기업들의 투자 자산 보호를 위해 국제적 수준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만을 주장해선 협상이 진전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또다시 내달로 예정된 한·미 합동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개성공단 회담 결렬의 빌미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UFG가 진행되면 한반도 정세가 파국적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위협한 점은 이를 시사한다.
하지만 북측은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덤벼들어 이득을 취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차 회담에서 결자해지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어렵사리 마련된 협상테이블을 걷어차 버린다면 국제적 고립이 심화돼 3대 세습체제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때마침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3 EAFF 동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8년 만에 서울을 방문 중이다.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북측이 개성공단 회담에서 근본적으로 변화된 자세를 취하길 기대한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지난 17일 4차 회담에서 “비바람이 치고 폭우가 와도 끄떡없이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비유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개성공단을 반석 위에 올려놔야 한다. 다만 집을 짓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는 우려스럽다. 흔들리는 집은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북측을 설득해 흔들리지 않는 집이 지어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북측이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모색하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