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무리한 국제대회 유치가 추태 불러

입력 2013-07-21 17:52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광주광역시가 정부의 보증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발각된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아무리 국제스포츠 대회 유치가 간절하다고 해도 어떻게 국무총리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명백한 공문서 위조 및 행사로 실정법을 위반한 만큼 엄정한 검찰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개최지 선정 발표 전인 지난 4월에 정부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광주시의 요청으로 검찰 고발을 미뤘다는 점이다. 입만 열만 법치주의 운운하는 정부가 현행범에 틀림없는 광주시를 즉각 고발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정부가 지자체의 불법을 눈감고도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신화는 깨진 지 이미 오래됐다. 국제행사를 유치한 도시 가운데 폐막 후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파산 위기에 몰린 곳도 한둘이 아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릴레함메르, 알베르빌, 토리노, 나가노 등이 모두 적자에 시달렸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는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치렀으나 시 재정이 파탄나 2002년에는 주민투표를 벌인 결과 70% 이상의 반대로 세 번째 유치를 포기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일부 자치단체장은 스포츠 마케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막연한 낙관주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할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다 단체장은 이를 업적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에도 이미 유치해 놓은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거액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물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스포츠 마케팅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강원도 일부 도시는 관광비수기에 전국대회를 유치해 지역 홍보와 경기 부양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이는 비교적 예산이 적게 드는 국내 규모 대회인 데다 대부분 기존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번 경우와는 근본 성격이 다르다.

국제대회를 유치해 국민들의 자존심을 드높이고 우리나라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 결코 말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중앙 정부와 사전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유치에만 급급해 총리의 사인까지 위조하는 불법까지 동원된다면 대회를 유치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역효과만 날 것이다. 많은 예산이 들기 마련인 모든 국제대회 유치는 사전에 중앙정부와 머리를 맞대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 본 뒤 추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