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브라보 실버!
입력 2013-07-21 17:51
일흔여섯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이들과 어울려 오늘도 도서관을 누비며 활기차게 일하는 분이 있다. 흰머리소녀라는 별칭을 가진 그분은 오늘도 부지런한 농부의 마음으로 열심히 도서관을 가꾼다. 마치 콩나물시루에 정성껏 물을 주듯이 아이들을 돌본다. 기쁜어린이도서관(경기도 평택시) 최해숙 관장. 그분은 노년기에 닮고 싶은 삶의 모델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기쁜어린이도서관은 교회 시설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 교회가 마을주민을 쉽게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일 가운데 도서관 운동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에게 지루한 설교보다는 재미있는 책을 주자’는 손웅석 담임목사의 목회 방향과 어린이도서관에 뜻을 둔 최 관장이 만나 이룬 합작품이다. 지난 1996년에 최 관장이 사재를 털어 개인 문고 형태로 작은 도서관을 시작한 10년 뒤, 문고는 가나안교회에 기증하고 2007년 5월에 이곳으로 옮겨 와 도서관을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또 최 관장은 2011년, 은퇴한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사립학교 리빙 라이프 스쿨을 설립해 현지인에게 넘겨주었다. 17년 전에 아프리카 장학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동안 키운 한 사람을 이 학교의 운영자로 세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을 받아 학교 안에 우물을 팠고, 교회를 지어 봉헌했다. 나는 그분이 하는 일을 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꽃피우려면 얼마나 큰 인내와 희생,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 실감했다.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성공적인 노화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는데, 사람들은 대개 장수, 부(富), 질병의 부재, 이룬 업적 등을 꼽는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려 가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만큼 큰 축복은 없는 것 같다.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는 말이 생각난다. 물질적인 것 외에도 재능 기부, 따뜻한 말 한마디, 축적된 지혜로 남을 도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은퇴 후에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최 관장은 실버세대의 좋은 모델이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생각도 따라 늙지 않는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 준 부분이 도전을 준다. 그분을 보면 늘 열린 마음과 창의성, 희망과 용기,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멋진 노후를 보내는 그분에게서 삶의 향기가 난다. ‘브라보 실버!’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