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봉남 (7) 귀와 입만 있고 눈은 홀대 받아온 한국 기독교
입력 2013-07-21 16:56
기도원에서 ‘기독교미술’에 대한 소명을 받은 뒤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 기독교미술과가 없는 데다 관련 서적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공부하기 무척 힘들었다.
어느 날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출석교회의 교단 목사님과 신학교 교수님들이 말씀해 주시는 유럽교회에 관한 것이었다.
목사님과 교수님에 따르면 유럽은 예로부터 신학생에게 말씀(문학)과 찬양(음악). 예배(미술) 등 3대 예술을 공부시켰다고 했다. 중세 교회에는 말씀을 전하는 교육전도사실, 찬양을 책임지는 성가대실, 교회환경과 미술을 담당하는 공방이 있었다. 특별히 음악과 미술 책임자는 ‘준성직자’ 자격을 주었다고 하셨다. 현재도 가톨릭이나 불교에서는 성화를 그리는 화가는 성직자처럼 대접해준다는 것이다. 목사님들은 한국의 대학에도 기독교미술과가 신설돼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전공교수가 부족해 쉽지 않다는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대부분 종교는 예배의식에 3대 예술을 활용하고 있다. 구약시대에도 ‘단을 쌓고’라고 간단하게 쓰여 있지만 그것은 그냥 돌 몇 개를 쌓아놓고 제사 드린 것이 아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드려 공사를 했고, 많은 치장을 했으며, 그림을 그린 다음에야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한국은 200년 전 가톨릭이 전래되고 130년 전 개신교가 전래될 때 사실 눈에 보이는 유형예술, 즉 미술을 홀대했다. 무형예술인 성경(문학)과 찬송가(음악)만 신학생들에게 가르쳤고 미술(유형예술)이 빠진 상태에서 신학교육을 진행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세계 각 국가에서 3대 예술 중, 음악과 문학은 ‘문화재’라고 하고, 미술은 ‘보물’이란 이름을 붙인다. 미술은 없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남기 때문에 ‘보물’로 지정되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200여 년 동안 귀(음악)와 입(말씀)으로만 전래돼 아직 국가적인 보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것은 중요한 눈(미술)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물은 단 한 점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신학대학 등에 기독교미술과가 설치돼야 100년 후 기독교 보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게다가 미술품을 우상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약성서에서 하나님께서 미술을 활용하도록 말씀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다만 형상(조각)을 만들어 그것에 절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한국교회는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우상이라고 잘못 가르친 것이다. 때문에 기독교미술을 연구하고 제작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1991년, 어느 목사님이 만나자고 해 갔더니 ‘한국예술신학교’를 설립하려 하는데 ‘기독교미술과’를 설치하자고 제의했다.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준비해 놓았던 자료를 토대로 4년 과정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또 강사를 배치해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미술과’를 신설했다. 학생모집 광고가 나갔는데 음악과와 문창과 등은 정원이 꽉 찼으나 미술과는 한참 미달이었다. 학생 수보다 교수 수가 더 많았다. 하지만 교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쳤다.
학생이 점점 늘었다. 그래서 서울 근교에 폐교된 특수학교 건물로 이전해 제법 예술학교 면모를 갖춰 갔다. 그러나 학교 설립 5년 뒤 안타깝게도 문을 닫게 됐다, 무인가 예술신학교라는 지적에 기독교미술과 학생 5명 배출을 마지막으로 폐교하게 됐다.
정리=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