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차창훈] 시진핑-리커창의 경제 개혁

입력 2013-07-21 17:26


시진핑-리커창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중국 내외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5세대 시진핑-리커창 지도체제는 중국의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견인해낼 수 있을까?

중국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경제개혁이 절실한 시기에 진입하였다.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란 한 국가의 1인당 GDP가 중진국 수준인 4000∼1만 달러 수준에 접근한 뒤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생산요소 비용 상승, 노동집약형 비교우위 감소 등 경제성장 요인의 변화로 인해 산업고도화 정체, 심각한 빈부격차, 환경 악화, 부패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장기적으로 성장이 정체되는 것이다.

후진타오 정부 10년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평균 경제성장률 10.5%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고 2007년 당장(黨章)에 명시한 ‘과학적 발전관’에 입각한 중국 경제의 개혁은 유보되었다. 시장경제의 확립보다 경기안정화에 주력하였기 때문이다. 균형적이고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하려는 정책 즉 소득분배 개선, 사회보장제도 완비 등의 과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 개혁, 환율제도 변화, 자본시장 개방, 국유기업 개혁, 호구제도 개혁 등과 같은 민감한 개혁과제들은 뒤로 미루어졌다.

시진핑-리커창 정부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개혁과제가 집권 전에 이미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성장전략의 전환’이 그것이다. 성장전략의 전환 개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제12차 5개년 계획이 수립되면서 전면에 부상하였다. 경제성장에서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내수, 특히 내수소비의 확대를 새로운 지속가능한 성장의 장기적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중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단기적인 소비 진작이 아니라 장기적인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는 임금인상 및 자산소득 확충을 통한 가계소득의 지속적 증대,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소비심리의 제고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산업구조의 지속적인 고도화와 연구개발 및 교육 등에의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장전략의 전환은 2012년 제18차 당대회를 통해서 다시 강조되었다. 나아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취임하자마자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때부터 ‘정층설계(頂層設計 top-level design)’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위부문들의 통합적인 개혁을 위한 종합적인 상위전략 수립을 통해서 개혁의 로드맵과 시간표를 제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12개의 정부부처가 ‘중점산업의 기업합병과 구조조정에 대한 지도의견’이라는 글로벌 대기업 육성안을 제시하였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소득분배제도 개혁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부처별 정책 이행을 독려하기도 했다.

경제개혁 전망과 관련해서 주목할 것은 지난 2월과 3월의 당중앙전체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가장 개혁적인 경제전문가가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는 점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은 중국 인민은행장에 유임되었으며, 러우지웨이(樓繼偉)는 국무원의 재정부 부장, 류허(劉鶴)는 중앙재정경제영도소조의 판공실 주임을 맡게 되었다. 이들 3인방은 국무원의 리커창 총리와 부총리 및 국무위원인 장가오리, 왕양, 마카이, 왕용 등을 보좌하면서 중국 경제개혁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경제개혁은 다른 모든 사회개혁과 마찬가지로 인사(人事)가 전부는 아니다. 제18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강조되었듯이 ‘제도’의 구축 또한 중요하다. 그러한 제도 가운데, 고착된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경제개혁에 저항하는 당과 정부의 관료집단을 제어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권력의 집정능력이 포함된다. 이것을 창출하고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정치체제의 근본적이고 조용한 변화가 기대된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