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효율성 가장 중시… 늦게까지 일하면 무능한 사람”
입력 2013-07-21 17:39 수정 2013-07-21 17:44
‘워크인조직연구소’ 신인아 대표
기독교적 가치관이 반영된 독일인들의 직업관은 성공적인 직업교육 제도를 정착시킨 배경이 됐다.
노사관계 전문 컨설팅 ‘워크인조직연구소’ 대표인 신인아(54·사진) 박사는 “가족 부양을 위해 돈버는 수단으로 직업을 인식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로테스탄티즘 영향을 받은 독일인들은 일을 통해 구원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한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등에서 20여년간 유학생활을 한 신 박사는 “구원의 수단인 일을 보다 잘하기 위해 독일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효율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업 개선을 추진한 결과 영역별 전문화와 숙련인력 양성이 가능해졌다고 부연했다.
그는 “늦게까지 일을 하면 한국에선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지만 독일에서는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며 “독일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도 처음에 인식 차이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또 “독일에서는 ‘전문’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소위 ‘막일’은 직업으로 보지 않으며,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해도 숙련공만 직업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중시하고 시간을 쪼개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는 숙련공 양성 교육 시스템을 낳았다. 특히 숙련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기업들이 직업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마이스터제도와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듀알레 시스템) 정착으로 이어졌다.
신 박사는 “독일 기업들은 ‘기계보다 숙련공이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 숙련공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직업학교는 정부가 아니라 안정적인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사실상 기업이 직접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독일 직업 교육의 핵심을 끊임없는 질문과 비판, 토론에서 찾았다. 그는 “기업에서 견습생 직업교육은 해당 분야 최고 숙련 인력인 마이스터가 담당한다”며 “마이스터는 주입식으로 이론만 가르치지 않고 매번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유도하는 형식으로 견습생들의 작업 수행 능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를 해결했어도 방법을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문제 해결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마이스터나 견습생 모두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합리적인 해결책과 개선책을 찾고 이것을 룰(규칙)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독일 중소기업들은 오래된 회사일수록 지역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다”며 “창업자 가족들은 회사 잘되는 게 모두 지역의 숙련공 덕분이라고 생각해 그 지역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