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17) 히든챔피언 최대 자산 ‘숙련공’
입력 2013-07-21 17:40 수정 2013-07-21 17:44
10대 견습생들, 마이스터에 훈련 받고 월급도 받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렝크사, 풍력발전기용 변속기 등을 생산해 수출하는 견실한 중견기업이다. 이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작업복을 입은 채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는 한 직원의 앳된 얼굴이 눈길을 잡는다. 렝크사 관계자는 “직원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견습생”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매년 50명 정도의 견습생을 뽑아 현장 교육을 하고 있다.
◇일 배우고 월급 받고=히든챔피언 기업의 공장에선 10대 견습생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독일과 스위스 접경지역인 우츠빌의 뷜러사 공장에선 마이스터(장인)의 지도 아래 교육을 받고 있는 17·18세의 소년, 소녀 여러 명과 마주쳤다. 견습생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4년 과정과 실업학교 성격의 레알슐레(6년) 또는 하우프트슐레(5년)를 마치고 직업학교에 다니며 일을 배우고 있는 직업교육 훈련생이다. 약 3년 동안 1주일에 1∼2번만 학교에 가고 나머지 시간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습한다. 공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은 마이스터 자격증을 가진 근로자다. 견습생은 직업 과정을 마치고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직업별 협회나 상공회의소에서 자격증을 받는다.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교육 기간 월급도 받는다. 독일의 대표적인 히든챔피언 리탈사의 관계자는 “24개월의 단기와 42개월의 장기 직업훈련 과정이 있으며 견습생 1년차 월 700유로(약 100만원), 3년차는 1100유로(약 16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식 공장 근로자 초임이 2000유로∼2500유로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듀알레 시스템(Duales system·Dual system)’이라고 부르는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독일중소기업연구소(IFM)에 따르면 직업교육법에 의거해 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은 약 400개다. 2010년 기준 350개 직종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15세 이상 견습생 수는 170만명에 달한다. 견습생의 82.4%는 중소기업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직업교육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주정부와 연방정부 재정도 투입되지만 상당 부분 학비, 임금 등을 중소기업이 부담한다.
◇맞춤형 최적의 인력 확보=듀알레 시스템의 장점은 학벌 위주가 아닌 철저한 교육과 현장실습을 바탕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보통 자사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견습생 중에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한다. 이를 통해 수요에 부합하는 최적의 인재를 직접 양성해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론과 현장경험을 최적화한 것이다. 특히 견습생 출신은 회사의 지원 아래 마이스터(장인)로 키워지며 기술 및 공정 혁신의 주춧돌이 된다. 이원화 직업교육은 국가적으로 볼 때 한국처럼 학력 과잉이 빚어낸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을 방지한다. 또 조기취업을 유도해 청년층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듀알레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나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30%를 상회하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독일식 직업교육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 정부는 독일에 자국 내 이원화제도 구축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아시아권에선 대만이 독일식 직업교육 시스템을 일찌감치 도입했고, 한국 정부도 최근 안정적인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한국형 일·학습 듀얼 시스템(이원화 직업교육제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부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직업교육을 대학생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용 청소기 제조업체인 카처사는 한 학기는 대학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한 학기는 현장에서 실습을 하는 이른바 ‘이중대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