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사람이 정답… 견습생을 장인으로 키운다

입력 2013-07-21 18:06

쌍둥이 칼, 휘슬러 압력밥솥, 칼 자이스 안경렌즈, 라이카 카메라.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명품들이다. 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아 세계 각국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명품 생산의 주역은 마이스터(명장)로 대표되는 숙련 인력들이다.

이들은 ‘듀알레 시스템(Duales system)’으로 불리는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양성된다. 대개 초등학교(4년), 실업학교(6년)를 마친 16∼17세부터 직업학교에 다니면서 견습생 신분으로 기업에서 일을 시작한다.

지난 5월 방문한 트룸프, 카처, 렝크, 루프 등 대표적인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에서도 견습생으로 일하는 10대 직업학교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매년 약 70만명의 직업학교 학생이 기업에서 견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이원화 직업교육은 사실당 중소기업들이 전담하고 있다.

독일 기독교민주당(CDU)의 미하엘 푹스 부대표는 “견습생의 85%가 중소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숙련 인력으로 키워진다”며 “이들이 독일 제조업의 기술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견습생 임금 등을 부담하면서까지 이원화 교육을 전담하는 이유는 우수한 기술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은 일찌감치 확보한 인력에 기술을 전수하고, 이들을 마이스터로 키운다. 실질적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청소년의 55%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훈련 과정을 선택한다. 학생들이 불필요한 스펙을 쌓지 않고 이른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산학(産學) 연결 구조다. 결과적으로 독일 청년실업률은 유로존에서 가장 낮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관인 유럽통계청이 올 초 발표한 유로존 전체의 실업률은 12.0%, 청년실업률은 24%다. 반면 독일의 실업률은 5.5%, 청년실업률은 7.7%에 그치고 있다. 쾰른경영연구소는 이원화된 직업교육 시스템이 독일 청년실업률을 평균 5% 포인트 정도 떨어뜨렸다고 추정한다.

실업률뿐이 아니다. 이직률 역시 최저 수준이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박사는 “히든챔피언 기업의 이직률은 평균 2.7%로 오스트리아(9.0%) 스위스(8.8%)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이직률이 낮은 것은 숙련 인력을 핵심 자원으로 여기고 뛰어난 인재를 유지하는 일에 집중한 결과다.

기업들은 학력과 관계없이 숙련도에 따라 임금이나 보수를 책정한다. 게다가 자기개발 시간, 회사 경영에 밀접하게 관여할 수 있는 조건 등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극대화시켜준다. 정부도 국영 ‘독일재건은행(KFW)’을 통해 직업교육생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저리로 근로자금을 대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민델하임=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