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임금·복지 ‘최고 근로여건’… 大도시 大기업 안부럽다
입력 2013-07-21 17:32
국내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부러워한 것은 바로 독일 중소기업들이 보유한 풍부한 숙련인력이다. 특히 지방의 소도시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근로자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했다. 기회만 되면 더 좋은 조건의 대기업을 찾아 근로자들이 떠나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딴판이기 때문이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기업 관계자들이 내놓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어 굳이 대도시의 대기업으로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공작기계 제조사 트룸프사 관계자는 “독일은 임금체계나 임금 협상이 기업별이 아니라 산업별로 돼 있어 동일 직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급여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성과급 등이 차이가 난다 해도 중소기업 급여수준은 대기업의 85∼90%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집값 등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도시에 위치한 대기업에 대한 선호가 오히려 높지 않다. 지역의 우수 인력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가까운 동네의 중소기업에서 기술을 배우고 취직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인식도 지방 중소기업의 성장 배경 중 하나다. 독일 전역에는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특히 직업 훈련, 고용, 기술개발 등 어느 한 지역 경제는 그 지역에 소재하는 중소기업들과 아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또 주요 기술은 해당 지역의 대학, 연구기관, 직업학교 등과 연계돼 공동으로 개발된다. 이에 따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성장한 지역에서 직업학교나 대학을 마치고 그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취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인력을 중시하고, 마이스터를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히든챔피언 기업에는 임금 등이 부사장급 대우를 받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마이스터가 수두룩하다. 회사 경영자도 생산현장의 책임자인 마이스터의 결정을 존중한다. 또 정부도 마이스터가 창업해 기업을 운영하기 쉽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지방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먼저 전문 인력이 우대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주독일대사관 상무관을 지낸 박재영 산업부 정책기획팀장은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를 선호하는 현상이 쉽게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생산현장에서만이라도 학력 위주가 아닌 숙련도와 경력 위주로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임금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업훈련생을 수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독일과 같은 저리대출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델하임=글·사진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 자문해주신 분들
▲코트라 김평희 글로벌연수원장 ▲리탈사 볼프람 에버하르트 이사 ▲독일 만하임대학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 미하엘 보이보데 교수 ▲코트라 한상곤 취리히 무역관장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이문호 소장 ▲플래티넘기술투자 이창수 대표 ▲인터씨엔 박성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