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美용사… 동료 유해 찾아 63년 만에 북한 간다
입력 2013-07-19 22:32
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던 1950년 12월의 겨울날, 어느 해군 조종사는 적에게 피격당해 전투기 밑에 깔려 있는 전우를 발견했다.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서둘러 불시착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다리가 부러진 전우를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
구조 헬기가 도착한 뒤에도 뾰족한 수는 나지 않았다. 적의 공격은 가까워졌고 불빛은 사위어갔다. 폭발 위험도 상당했다. 결국 토머스 허드너 중위는 흑인 최초의 미 해군 조종사인 제시 브라운 소위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허드너는 “널 구하러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63년이 흘렀다.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전투에서 있었던 일이다.
20대 젊은 중위도 2013년에는 88세가 됐다. 장진호전투 1년 후엔 브라운 구조에 앞장선 공로로 명예훈장을 받기도 했고,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전우의 죽음은 적지 않게 겪었는데도 유독 브라운과의 마지막 만남은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식료품점 주인 아들로 태어나 하버드대를 거친 허드너에겐 가난한 흑인 소작농의 아들로 인종차별의 벽을 깨며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브라운의 인상이 유독 강하게 남았는지도 모른다.
결국 정전 60년 만에 허드너는 북한에 가 브라운을 찾기로 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북한군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는 김자연씨가 그를 도왔다.
“그때 난 ‘신이시여,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라고 생각했어요. 전투기가 폭발할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역사기록 및 위성사진 분석 등 상당한 사전 작업도 마쳤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