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계수영 유치 전말] ‘정부보증 조작’ 판명땐 국가위신 추락 후폭풍
입력 2013-07-20 05:08
정부가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강운태 광주시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자치단체장이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고발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광주시는 세계수영연맹(FINA)에 대회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 정부가 지난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만큼의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와 최광식 문체부 장관의 사인을 임의로 넣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4월 국제연맹 실사단이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고, 광주시는 뒤늦게 정부의 동의를 얻어 구체적인 금액을 빼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문서로 대체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실무자의 과욕에 따른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제 컨설팅사인 TSE가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 직원에게 가필 내용을 제안했으며, 실무직원은 총리 서명 원본에 일부 문장을 첨가해 서류를 제출하게 됐다”면서 “이후 총리실로부터 애초 총리 사인 내용과 다르다는 점이 지적돼 즉시 자체 조사를 한 뒤 담당자를 엄중 경고하는 한편 정부에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FINA 실사단이 왔을 때 제출한 유치의향서 중간본과 6월 17일 FINA에 제출한 최종본에는 정부승인 내용대로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요지로 바꿨다”며 억울해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종본은 제대로 나갔다고 하더라도 공문서를 위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이번 문제를 계기로 지자체가 무조건 국제대회를 유치한 뒤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우리나라 수영 발전이나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위조 부분은 분리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정부가 강운태 시장을 고발하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도 “필요할 경우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피고발인인 강 시장이 도마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무총리의 사인을 위조한 실무자가 누구인지, 윗선과 교감은 없었는지, 내용을 첨가한 이유 등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대회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시의 명예에 타격을 입는 등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게다가 만일 검찰 수사 결과 실수가 아닌 고의였던 것으로 밝혀지면 국가 전체의 위신이 추락함은 물론 향후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광주의 개최권 박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한체육회(KOC) 한 관계자는 “FINA는 광주시가 서류를 위조한 사실과 추후 다른 내용으로 고쳐 제출한 사실도 알고 개최지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개최권을 박탈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최지를 재선정하는 과정이 상당히 소모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FINA 입장에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